뉴스 > 경제

수소 원천기술 브리지 사업에 930억 투입한다

🚨 신고
연구진이 개발한 해수 수전해 전극 스택을 테스트하고 있다. 정부는 연구실 수준에 머물러 있는 차세대 수소 원천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가교를 놓는다.(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부가 연구실(Lab) 수준에 머물러 있는 차세대 수소 원천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는 자금 부족과 기술적 난관에 부딪혀 연구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유망 기술들을 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2027년부터 2034년까지 8년 동안 총 930억 원을 투입해 '하이브리지(HyBridge)'라는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국가 수소 중점 연구실을 중심으로 대학, 연구소, 스타트업 등에서 개발한 차세대 수소 원천기술이 상용 기술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리(Bridge)를 놓아주는 실증 연계 사업이다.

과기부는 이 사업을 통해 국내 원천기술이 실제 시스템에서 정상 작동하는지 검증할 기회를 제공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 국책 연구소의 장비와 테스트베드를 개방해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스타트업 기술에 대한 검증을 지원해 시장 진입의 필수 조건인 운용실적 확보를 뒷받침한다.

세계 최고 논문이 사장되는 악순환 끊는다

정부가 하이브리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차세대 수소 원천기술이 실험실에서 사장(死藏)되는 것을 막고, 이를 실제 제품화로 연결해 글로벌 기술 패권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한국의 수소기술 관련 SCI급 논문 수와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최상위권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유럽특허청(EPO)이 지난 2023년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글로벌 수소기술 특허 출원 비중에서 한국은 약 12%를 차지해 EU(28%), 일본(24%), 미국(20%)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연평균 특허 증가율은 12.2%로, 중국(15.2%)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질적 성과도 우수하다. SCI급 논문 중 연료전지 분야에서 한국 연구기관(KIST 등)과 대학의 피인용 지수는 세계 최상위권이며, 현대차 넥쏘 등 상용화 실적과 맞물려 응용 연구 분야에서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스타트업 하이드로엑스팬드가 니켈-철 합금 촉매를 기반으로 만든 2kW AEM 수전해 스택. (사진=박상우 기자)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실험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장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

2024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술을 이전했음에도 상용화되지 못하고 방치된 미활용 기술 건수가 2021년 398건에서 2024년 689건으로 3년 새 73%나 폭증했다.

또 산업통상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 R&D의 사업화 성공률은 약 32~36% 수준으로 일반 산업기술 R&D 대비 약 10~15%가 낮다.

이는 기업들이 기술을 이전받더라도 막상 양산 과정에서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10개를 개발하면 7개는 제품이 되지 못하고 보고서로만 남는 실정이다.

문제는 원천기술을 스케일업(Scale-up)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해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시제품을 만들어도 운용실적을 확보하지 못해 납품길이 막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으로 인해 차세대 수소기술의 상용화 시기를 놓친다면 향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가교를 놓기로 한 것이다.

차세대 수전해 개발 스타트업의 대표는 "기업이 짊어져야 할 기술적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해주는 완충 역할을 해준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글로벌 원천기술이 국내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기술주권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연료극 지지형(ASC) 타입의 SOFC 셀.(사진=성재경 기자)?

전문가들은 하이브리지 사업이 차세대 수소 원천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용 절감, 산업 생태계 활성화, 기술 주권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멤브레인, 전극 등 수전해 핵심 소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하이브리지 사업을 통해 소·부·장 국산화가 이뤄진다면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프로톤 세라믹 수전해(PCEC)의 경우 기존 방식보다 전력 소모량이 적고 별도의 수소 정제 과정이 필요 없어 이론적으로 수소생산단가를 20~30%나 낮출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또 스타트업이 국책연구소가 공인한 운용실적을 바탕으로 대기업 납품이나 해외 수출을 도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양산 능력을 갖출 경우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기술 유니콘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알칼라인, PEM 등 이미 선진국이 장악한 기술을 추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PCEC, AEM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양산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를 선제적으로 축적한다면 향후 국제 표준 제정 시 한국의 기술 규격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추천0
  • 👎반대0
이전 1 2 3 4 5 6 7 8 9 10

인기 게시글

인기 뉴스

🔥 실시간 인기 TOP

뉴스

최근 등록된 게시글

1 / 3

이벤트 EVENT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