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한스경제 이수민 기자 |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박성현 대표)이기업공개(IPO)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시장 일각에서는 2조원 규모의 유니콘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앞서 추진한 SK텔레콤(SKT)의 AI 자회사 사피온코리아 합병(리벨리온 1대사피온 2.4)에 대한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통합 후 사피온의 기술가치는'제로(0원)'가 됐고, 영업권(프리미엄)은 약 1000억원 가까이 증발했기때문이다.
'무형의 프리미엄'에 거품을 알고서도 합병을 결정한 경영진의 안목에 의구심이 드는대목이다.

◆통합리벨리온, 부채 부담 급증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벨리온의 2024년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5062억원, 자본금 130억원, 자본총계는 -441억원으로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국제회계기준(K-IFRS)을 2024년새롭게 적용하면서941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가부채로 재분류된영향이 크다. 여기에 RCPS와 연계된 파생상품부채가 3553억원까지 확대되며 부채 부담이급증했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 두 가지 권리가 결합된 증권이다. 투자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업에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동시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도 부여받는다.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가 적용된 재무제표에서 RCPS는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되지만, K-IFRS가 적용되면 현금 상환 의무가 수반되는 '부채'로 분류된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 및 RCPS는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적 부채로, IPO 시 자본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파산 리스크는 낮다"고 말했다.
고무적인 점인단기 유동성에는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은 1580억원이다.지난해 9월 킨드레드벤처스 등 미국 주요 벤처캐피탈로부터 약 35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시리즈C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당분간의 운영자금과 연구개발 재원은 확보했다는 평가다.

◆사피온 기술가치,전액 손상차손
공시상 합병 구조는 리벨리온이 사피온에 흡수되는 형태지만, 사명은 리벨리온을 유지했다.경영권 역시 리벨리온 수장인 박성현 대표가 단독으로 맡았다.
리벨리온 측은합병 당시인 지난 2024년 말"양사가 NPU(신경망처리장치) 시장에서 증명해온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하나로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양사 합병을 두고 일각에서는 무리한 결합이라고 지적한다. 사피온의 기술가치와 영업권(기대가치) 등의 무형자산이 크게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술가치취득원가 275억원 중270억원(약 98%)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하면서 장부가치를 0원으로 만들었다.합병 이전 사피온이 보유했던 핵심 기술의 경제적 효익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인정한 것과 동시에향후 발생할 수 있는 회계적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영업권(프리미엄) 역시 3242억원에 달하던 취득원가는 2024년 말 기준2300억원으로 감소했다. 약 30%인945억원을 손상차손 처리한 것이다.
영업권은 기업간 합병 과정에서 기술력과 시너지 등 미래 수익 기대를 무형자산으로 반영한 항목이다.
즉,'무형의 프리미엄'에 거품이 있었음을 인정함과동시에 미래 시너지 가치가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 IPO 시동…수주 잔고 등 실적 가시화 숙제
IB업계에서는 이번 손상을 두고 상장 전 '빅 배스(Big Bath)' 전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기법으로, 상장 이후 실적 부담을 낮추고 이익 실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더불어약 200여명개발 인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실제로리벨리온은 최근 삼성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준비에 착수했다. 다만핵심 사업인 NPU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 장치(GPU)를 대체할 실질적인 가성비를 확보했는지, 구체적인 수주 잔고 등이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단기간 내 AI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및 이익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남은 영업권 역시 추가 손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리벨리온의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한 1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872억원으로 전년(297억원)보다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