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0일 오전 7시 50분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에서는 '무쇠 팔 우리 엄마' 편이 전파를 탄다. 제주에서 귤 농사를 지으며 두 팔로 인생을 일궈온 허영선(63) 씨와, 겨울마다 친정으로 돌아오는 딸 김지혜(38) 씨의 이야기를 담는다.

허영선 씨는 생후 8개월에 열병을 앓은 뒤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절망 대신 선택한 건 자립이었다. 그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단단한 두 팔로 삶을 밀어 올렸다. 제주 서귀포의 작은 주택에서 새벽마다 단정히 화장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일상은 여느 농부보다 분주하다.
귤 수확 철이 되면 영선 씨는 직접 차를 몰아 일꾼들을 귤밭으로 데려다주고, 하루 네 번의 식사와 간식까지 챙긴다. 울퉁불퉁한 귤밭을 휠체어로 누비며 수확과 선별도 거뜬히 해낸다. 동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두고 '여장부'라 부른다.
이런 엄마 곁으로 딸 지혜 씨가 네 살배기 딸 시아를 데리고 내려왔다.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지혜 씨는 육아가 버거운 날이면 자연스레 엄마를 떠올린다. 어릴 적에는 섬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제는 자꾸만 엄마 곁에 머물고 싶어진다.

다만 엄마와 딸의 동거는 녹록지 않다. 남에게 짐 되는 걸 극도로 꺼리는 영선 씨는 자식들에게도 엄격하다. 마흔을 바라보는 딸에게도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표현은 거칠지만, 그 속에는 누구보다 깊은 애틋함이 있다. 평생 가장 역할을 하느라 다정함을 배울 틈이 없었을 뿐이다.
손녀 시아는 영선 씨에게 또 다른 선물이다. 손녀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자신을 보며, 딸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했던 시간이 떠올라 마음이 저린다. 육지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룬 지혜 씨 역시 점점 나이 들어가는 엄마와, 제주를 좋아하는 딸을 보며 다시 이 섬을 바라보게 된다.
영선 씨의 귤밭은 그의 인생 그 자체다. 누구에게 물려받은 것도, 우연히 얻은 것도 아니다. 30여 년 전 낚시 어구를 만들어 번 돈으로 시작한 작은 귤밭은 이제 십여 곳으로 늘었다. 귤값 폭락에도, 닳아가는 어깨 통증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눈이 내리기 전까지 귤을 모두 따야 하는 겨울. 하늘을 바라보는 영선 씨의 마음은 바쁘다. 두 다리로 걷진 못하지만, 두 팔이 있어 감사하다는 그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오늘도 힘을 낸다. 귤이 있어 버틸 수 있었고, 귤이 있어 내일을 꿈꿀 수 있었다.
교회 앞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어 속상한 영선 씨. 딸 지혜 씨는 자꾸만 영선의 눈치만 보게 되고... 다행히 남편 재준 씨가 있어 귤 따는 일은 거뜬히 해낸다. 일감이 생겨 영선과 함께 숙자 이모네 집으로 향한 지혜 씨. 여전히 빠른 손의 영선을 바라보며 묘한 애틋함을 느낀다. 두 사람 사이가 다시 가까워진 듯 한데...
그날 저녁, 바로 앞집에 사는 영관 씨네 가족이 찾아온다. 남동생의 진심 어린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영선 씨. 따뜻한 겨울밤은 이렇게 깊어져 간다.
다음 날, 남편이 잠든 곳을 찾은 영선 씨.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