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타임즈] 성남 분당지역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싸고 이른바 '필로티 증축'의 법적 해석 변경에 따른 안전성 검토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의 기존 판단을 믿고 사업승인과 심의를 거쳐 이주·착공에 들어간 단지까지 변경된 기준에 따른 추가 안전 절차를 요구받으면서 조합들이 "사실상 소급 적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성남시의회 국민의힘협의회 이상호 대표의원과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이정아 의원은 11일 국민의힘 대표의원실에서 분당지역 리모델링 조합장들과 만나 '필로티 증축' 안전 절차를 둘러싼 현장의 민원을 청취했다.
이날 면담에는 느티마을 3·4단지와 한솔마을 6단지, 매화마을 1·2단지 리모델링 조합장들이 참석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쟁점은 '수평증축인가, 수직증축인가'
문제의 핵심은 기존 공동주택의 1층을 필로티 구조로 변경하고 그만큼 최상층에 한 층을 증축하는 리모델링 방식의 법적 성격이다.
세대 수에는 변화가 없지만 건물 자체는 한 층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수평증축'으로 볼 것인지, '수직증축'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안전 절차가 달라진다.
조합 측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성남시는 당초 해당 방식을 수평증축으로 판단해 회신했고, 이에 따라 조합들은 사업승인과 각종 심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2023년 법제처가 해당 방식을 수직증축으로 해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기존 입장을 변경했고, 2025년 감사원 지적까지 이어지면서 성남시는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일부 단지에도 안전 자문 결과 제출을 요구하게 됐다는 것이 조합 측 설명이다.
"행정 믿고 이주·착공했는데 이제 와 추가 절차"
조합들은 무엇보다 기존 행정기관의 판단과 승인 절차를 신뢰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이주와 착공에 들어간 상황에서 새로운 해석에 따른 안전 절차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사업 현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소급 적용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느티마을 3·4단지와 무지개마을 4단지는 골조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조합장은 "안전을 소홀히 하자는 것이 아니라 승인 당시 적용됐던 기준과 절차를 지켜 달라는 것"이라며 "공사가 멈추거나 지연될 경우 발생하는 금융비용은 결국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수평증축으로 사업계획을 승인할 당시 명시하지 않았던 수직증축에 해당하는 안전성 자문과 검토 절차를 이미 착공했거나 입주를 앞둔 리모델링 단지에 뒤늦게 강제하는 것은 행정의 일방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안전성 검토 여부를 넘어 행정의 '신뢰보호 원칙'과 시민 안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 확보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에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지만, 행정기관의 공식적인 판단과 승인을 신뢰해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한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변경된 기준을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호 "정부 해석 바뀔 때마다 사업 흔들려선 안 돼"
이상호 대표의원은 중앙정부의 법령 해석 변경으로 인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중앙정부의 해석이 바뀔 때마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 흔들린다면 행정을 믿고 따른 시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합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시민 안전도 지킬 수 있는 접점을 성남시와 함께 찾겠다"고 말했다.
이정아 의원은 사업 진행 정도에 따라 단지별 상황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미 골조가 올라간 단지와 착공을 준비하고 있는 단지는 처한 상황 자체가 다르다"며 "단지별 공정에 맞는 현실적인 확인 방법을 성남시에 제안하고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이날 면담에서 제기된 조합 측 요구사항과 사업 진행 상황을 정리한 뒤 성남시 담당 부서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안전'과 '행정 신뢰' 모두 지킬 해법 필요
이번 논란의 향방은 분당지역에서 진행 중인 다른 리모델링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해석을 토대로 사업승인을 받은 뒤 상당한 공정이 진행된 사업에 변경된 법령 해석과 안전 절차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결국 시민 안전을 확보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이미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해 온 조합원들에게 과도한 비용과 사업 지연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현실적인 행정 해법'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성남시와 시의회, 리모델링 조합 간 후속 협의에서 어떤 조정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