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장석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이 금융시장을 넘어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경질과 국정조사, 특검까지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근거 없는 정치 선동"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여기에 여권 내부에서도 정책 재검토론이 고개를 들면서 김 실장의 거취와 정책 책임 문제가 정치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경제의 빌런"이라며 즉각적인 경질을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인데도 대통령실이 계속 감싸는 것은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김 실장이 과거 AI 국민배당과 경제 상황을 평가한 발언까지 거론하며 "정책실장이 아니라 실책실장"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김 실장을 계속 중용하는 한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 ETF 도입 과정에 정부와 금융권의 부적절한 결탁이 있었는지 특검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국정조사와 특검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정책 추진 과정의 검증 부실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박성훈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앞서 별도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실시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기존 연구자료와 시장 통계 등을 토대로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급락 상황을 가정한 충격 시나리오 분석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정부는 최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지만 야권은 "사전 검증 없이 상품을 허용한 뒤 뒤늦게 개인투자자에게만 부담을 떠넘기는 뒷북 대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논란은 운용사 수익 구조로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 상품에서 발생한 잠정 운용보수는 36억6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약 30억원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보수는 상품 가격과 관계없이 순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지속 발생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는 동안 운용사들은 안정적으로 보수를 가져가는 구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운용업계는 운용보수에는 시스템 구축과 운용,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포함돼 있어 이를 모두 순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대통령실은 김 실장 문책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성기홍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는 시장을 면밀히 살피며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추가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시장 안정과 후속 조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실장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 확대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특검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근거 없는 흑색선전으로 자본시장 신뢰를 흔들고 투자자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며 "부정한 결탁과 주가조작 의혹을 아무런 증거 없이 거론하는 것은 정책 검증이 아니라 전형적인 마타도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 토론이지 정치적 선동이 아니다"며 "시장 불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관치금융의 실패'라고 규정하며 정책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당권 주자인 정청래 의원도 "레버리지 ETF가 대통령과 당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김 실장이 SNS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AI와 반도체,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적극 홍보해 왔지만 최근에는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다만 공식 업무보고와 경제 현안 점검 등 정책 수행은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을 국회에 출석시켜 ETF 도입 경위와 정책 결정 과정을 규명해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로 금융시장 신뢰를 흔드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2기 내각 인선과 맞물려 정책라인을 일부 재정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시 변동성과 부동산 시장 불안이 국정 지지율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김 실장의 거취가 향후 경제정책 기조를 가늠할 또 하나의 변수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