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주진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연간 100억달러로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하며 무역과 안보를 결합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여기에 반도체의약품구리에 대한 관세 폭탄까지 예고했다. 이번 한미 무역협상은 이재명정부의 실용외교와 국정운영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그 군대(주한미군)를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고 밝힌 뒤 집권1기 때 방위비협상을 언급하며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반도체, 의약품, 구리 등 주요 품목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구리에는 50%, 의약품에는 최대 20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무역 등 경제와 주한미군 및 국방지출 등 안보 현안을 서로 연계하는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통해 최대치 이익을 얻어내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로선 앞으로 남은 3주 동안 협상을 통해 자동차(25%) 및 철강·알루미늄(50%)에 부과된 품목 관세를 면제받거나 상호관세를 최소한 다른 상대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문제는 미국 측에 내밀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측에 조속한 한미정상회담을 요구했고, 미국 측도 공감을 표하긴 했지만, 한미간 관세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구체적인 정상회담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설령 3주 내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무역과 안보를 결합한 '원스톱 쇼핑'으로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톱다운 방식'의 협상 타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조기 한미정상회담 개최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명의 3주' 동안 한미 간 수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증액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산 제품 한국 수출 확대, 한국의 비관세 무역장벽 완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미국 빅테크 기업이 연관된 디지털 분야 규제 완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 등을 협상 카드로 꺼낼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정부가 무역과 안보를 분리해 대응할지, 패키지로 접근할지를 신중히 판단해 냉정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8월1일이라는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너무 절대적 '시한'으로 간주한 채 시간에 쫓겨 과도한 양보를 하게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미국의 대중국 관계 설정과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등 구체적 안보 협력과 연계하며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요구해야 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전략 재검토 결과를 반영한 보고서가 늦여름께 나올 예정이라는 점에서 그 전에 국방비나 방위비 분담금 등을 둘러싼 중요한 한미 합의를 했다가 보고서 발표 후 변화된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한국으로서는 상호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차를 두고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