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주진 기자]"판매 시점을 놓친 의류·생활잡화 등 재고 상품은 소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청난 환경오염이죠. 하지만 기빙플러스에 기증하면 자원 선순환으로 친환경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어요. 판매수익금으로 빈곤과 장애를 이겨낼 수 있는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기빙플러스의 핵심가치입니다."

윤은남(41) 밀알복지재단 '기빙플러스' 팀장은 지난 13일 한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사회와 기업의 사회공헌모델인 '기빙플러스'에 대해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 실천이 한 데 모여 친환경 상생과 우리 사회 소외 이웃을 돕는 따뜻한 연대로 이어지는 통로"라고 소개했다.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이 2017년부터 시작한 친환경 나눔가게 '기빙플러스'는 기업으로부터 재고 상품을 기부받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시니어·장애인·경력단절 및 이주여성 등의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하는 국내 최초의 기업사회공헌(CSR) 전문 나눔스토어다. 6월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는 7월 성남 태평동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윤 팀장은 "기빙플러스 매장이 주로 역세권이나 지하철역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이 편리하고, 무엇보다 좋은 제품을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법 입소문이 났다"며 미소지었다.

아울러 "또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이 직접 매장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친환경 소비 가치와 나눔 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며 "지역 매장마다 10년 이상 열심히 자원봉사해온 분들이 꽤 있다. 이분들은 내 매장처럼 관리하면서 주인의식이 투철하다"고 귀띔했다.

윤 팀장 역시 유수의 민간기업에서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았지만 '조금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에 밀알복지재단 온라인사업부에 입사, 비영리 분야에 도전했다. 영리기업과는 다소 낯설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내가 하는 일들이 투명하게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되는 현장을 직접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밀알복지재단이 ESG경영흐름 속에서 조직정비에 나서면서 재단법인 기빙플러스를 설립하자 윤 팀장은 기빙플러스 브랜드 마케팅을 맡아 본격적으로 ESG 캠페인을 기획·진행했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배우 김동준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ESG 위원회를 꾸려 전문성을 강화했고, '세이브더어스'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기업과 시민들의 ESG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노력은 단순히 물품 기부를 넘어,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리고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23년에는 기후위기를 대변하는 캐릭터인 북극곰 '코비'(COBE)를 발달장애인 작가로 구성된 밀알 브릿지온아르떼와 전문 캐릭터 회사와 협업해 탄생시켰고, 이를 통해 미래 세대들에게 기빙플러스를 알리고 기업과의 콜라보 상품 제작 등 활동의 폭을 넓혔다.

윤 팀장은 2023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의 후원으로 ESG 컨퍼런스를 매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는데, 이 컨퍼런스는 다양한 기업, 기관, 학생들이 이(E)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통과 협력의 장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빙플러스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607개 기업과 협력해 사용 가능한 재고와 이월 제품을 재분류·재유통해 약 5997톤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달성했다.

이에 기빙플러스는 "제9회 CSV·ESG 포터상" 프로젝트 포용성 부문 3년 연속 수상, 대한민국ESG착한경영대상 '환경' 본상 2년 연속 수상, 서울특별시 환경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윤 팀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ESG 환경 속에서 통찰력 있는 시각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서울대 환경대학원 ESG 전문가과정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심화된 커리큘럼을 통해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와 연계해 측정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방법을 깊이 모색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기업의 ESG 경영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NGO 활동이 단순히 환경적 사회공헌에 머무르지 않고 ESG의 'E' 관점에서 기업의 환경적 지속가능성 목표와 연결되는 시스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자원 선순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친환경 상생이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지원은 물론 CSV(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진도 함께 하는 ESG 경영 파트너가 되어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