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송진현]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023년 2월 정상혁 신한은행 부행장을 은행장으로 발탁할 당시 은행 안팎에선 진 회장의 인사를 두고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상혁 신임 행장이 과연 신한은행의 성장을 이어갈 적임자인지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워낙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기존 시중은행들 간 경쟁도 치열했기에 신한은행 CEO의 앞길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신한은행은 정상혁 행장 임기 2년째인 지난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 2018년 이후 6년만의 쾌거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조69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시중 은행중 1위에 오른 것이다.

올 1분기에도 신한은행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1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21.5% 증가한 1조1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은행권 톱의 자리를 지킨 것이다.

신한은행은 해외에서도 압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의 올 1분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1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우리은행(664억)과 국민은행(286억) 하나은행(126억)에 비해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 규모 자체가 월등히컸다.

신한은행이 국내외에서 이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정상혁 행장이 자리잡고 있다.

정상혁 행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84학번)를 졸업하고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정통 '신한맨'이다. 입행 후 본점 국제부와 인사부, 자금부, 그리고 지주사 등을 두루 거쳤다. 그가 국제부에서 근무한 이력이 해외법인 순이익 증가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정 행장은 초급간부 시절 일선 지점에도 종종 배치받아 영업현장도 누볐다.

정상혁 행장은 2007년 신한은행 둔촌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첫 지점장에 오른 것이다. 이때부터 정 행장의 영업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골목골목을 누비며 고객들을 찾아갔고 이는 탁월한 실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워낙 친화력이 좋은데다 고객을 '왕'으로 모신 것도 영업실적의 비결이었다.

삼성동 지점장과 역삼금융센터장, 성수동 기업금융센터 커뮤니티장을 역임하면서도 정 행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냈다.

'영업통'인 정 행장이 신한은행을 다시 초일류 은행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정 행장이 경영기획 및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을 거치면서 은행 전체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안목을 키운 것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행장은 진옥동 회장의 경영철학을 그룹 내 여타 CEO보다 잘 구현하고 있기도 하다. 고객 제일주의 철학과 ESG 등 신한금융그룹의 미래청사진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정 행장은 지난 2019년 당시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은행 내에서 진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옛 아랍지역 격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양떼가 양 한마리가 이끄는 사자떼를 이긴다." 동양에선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비슷한 뜻을 갖고 있다.

그만큼 리더가 누구인가에 따라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의 운명도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상혁 행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은행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스경제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