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신연수 기자]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집이나 소유한 부동산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단순한 긍정 평가를 넘어 직접 설치에 나서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확인된 것이다.

22일 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으로 구성된 연대체 '기후정치바람'이 최근 전국 1만8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과반의 국민이 태양광 발전 확대를 포함해 적극적인 기후대응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설치하거나 투자한 경험이 있는 국민은 12.7%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0.4%로 조사됐다.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를 설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 집이 아니라서'가 28.1%로 가장 높았고, '설치 비용 부담(24.6%)'과 '설치 방법 모름(13.6%)'이 뒤를 이었다.

기후정치바람은 "달리 말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태양광 발전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태양광 보급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여러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는 시·도 내 태양광 설치 비용의 40~50%를 지원하는 '1발전소 미니태양광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4년간 이 사업으로 총 6941가구가 3409KW(킬로와트) 용량의 미니 태양광 설비를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경기도는 올해 3KW 규모의 주택태양광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가 국가 산업경쟁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한국 기업이 RE100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RE100은 기업이 생산활동에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이니셔티브다.

특히 응답자의 71.6%는 한국 기업이 RE100을 실천하는 것이 산업경쟁력 강화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산업입지 허가 시 대형발전소나 송전탑 설치가 어려운 지역보다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확보된 지역에 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83.4%가 찬성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는 오랫동안 산업경쟁력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RE100에 동참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지난달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 운영에 필요한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달성한 뒤 2040년에 RE100과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2025년을 기준으로 향후 10년 이내 과학기반목표이니셔티브(SBTi)가 제시한 기업 탄소중립 표준에 따라 스코프 1, 2, 3에서 절대적인 감축목표를 달성할 것을 약속했다. 구글도 495MW 규모의 대만 '펭미아오1' 해상풍력설비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구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를 통틀어 처음 체결한 해상풍력 PPA다.

◆ 응답자 67%, 데이터센터 규제 '찬성'...재생에너지 전환 '제도 뒷받침' 시급

현재 산업계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원하고 있다. 반면 환경 분야는 이러한 전력 생산으로 인한 기후변화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기후정치바람의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의 67%는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규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에너지 효율 조치를 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며 세제혜택을 준다'는 응답이 36.2%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33.6%) ▲정부가 에너지 효율 등급 한계 지정 및 규정(20.0%) ▲기업 자율에 맡긴다(3.3%) 순으로 조사됐다.

기후정치바람은 "그러나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 나서고 싶어도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재생에너지 설비가 부족해 기업들의 수요를 못 따라가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 역시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RE100 참여 기업들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외 생산기지에서부터 RE100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여전히 석탄·가스 중심의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에 머물러 있으며, 지역 분산형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에는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즉,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시장'과 '정책'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팀장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가 없어서 못한다고 말하는 건 익숙하다"며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말이 계속되도록 방치한 국가의 미온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신근정 로컬에너지랩 대표는 '지역별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에 따른 산업단지 유치, 재생에너지 전력망 인프라 확대, 기업의 RE100 실현을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며 "무엇보다 산업계와 국민들에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기후정치바람 주관으로 메타보이스가 조사 수행을 담당했다. 지난달 7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국민 448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5%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