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서서히 섬유화되어 딱딱하게 굳는 만성적이며 진행성 질환으로, 정상적인 산소 교환을 방해하며 점차 호흡곤란과 만성 기침 등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로, 진행이 빠르고 예후가 나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조기 진단과 함께 진행을 늦추는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

현재 양방에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약물, 피르페니돈(Pirfenidone, 상품명 피레스파)과 닌테다닙(Nintedanib)이 항섬유화제로 사용된다. 피르페니돈은 섬유화 유발 물질인 TGF-β의 작용을 억제하여 폐 조직의 딱딱해짐을 늦추는 작용을 하며, 닌테다닙은 섬유아세포의 증식을 차단하여 폐기능의 악화를 늦추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은 복용 초기에 메스꺼움, 식욕부진, 광과민성, 간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흔하며, 장기 복용 시에는 피로감과 위장장애로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한방에서는 폐섬유증, 특히 특발성 폐섬유증을 '폐위(肺萎)' 또는 '폐로(肺勞)'로 인식하고 치료해왔다. 한의학적 접근은 폐의 진액과 음혈이 부족하여 폐조직이 마르고 탄력을 잃는 병리로 보며, 여기에 반복되는 염증과 기허(氣虛), 음허(陰虛), 담음(痰飮)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폐음을 자양하고, 열독과 염증을 제거하며, 폐섬유화 억제 효과를 지닌 처방들이 활용된다.

최근 한약재의 항섬유화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021년 대한한의학회지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한약재 사삼(沙參)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TNF-α, IL-6의 발현을 억제하여 폐섬유화 진행을 완화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맥문동, 길경, 황금, 백화사설초 등도 항염 및 항섬유화 작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폐질환 치료에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상체질의학에서는 체질에 따라 폐의 기능적 약점과 약물 반응이 다르다고 보고, 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소음인은 위장기능은 강하지만 폐와 신장의 기능이 약한 경향이 있으며, 수양체질은 체내 수분대사 이상으로 인해 노폐물이 정체되기 쉬운 구조를 가진다. 반면, 태음인 중에서도 목양체질은 열이 위로 치솟고 하체는 냉한 상열하한의 체형이 흔하며, 염증과 폐섬유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부산 제중한의원에서는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70대 남성 소음인 수양체질 환자가 양약 피레스파 복용 후 소화장애와 무기력증, 간수치 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고통받던 사례가 있었다. 해당 환자는 한방치료를 통해 폐음 보충, 염증 억제, 기혈 순환 강화 중심의 처방을 받고, 치료 6개월 후부터 기침과 피로감이 줄었으며 1년 이상 폐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태음인 목양체질의 60대 여성 환자는 폐섬유화와 반복되는 염증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가래 증상으로 제중한의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체질 진단 후 열다한소탕(熱多寒少湯)을 기반으로 한 맞춤 처방을 받고, 폐 열을 내리고 음액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하였다. 치료 4개월 차부터 호흡곤란이 호전되었으며, 폐섬유화 관련 CT 소견에서도 진행 정지 소견이 관찰되어 현재까지도 증상 없이 관리 중이다.

이처럼 폐섬유증은 단일한 접근만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으며, 환자의 체질, 병기, 전신 상태를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사상체질의학과 한방치료는 맞춤형 처방을 통해 염증의 반복을 억제하고 폐섬유화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갖는다.

폐섬유증 또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한약과 체질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전문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처방을 통해, 삶의 질 향상과 생존 연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