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나라 기자]카드업계가 수익성과 건전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치솟은 연체율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증가하면서 카드사의 수익성이 1분기에 크게 악화됐지만, 카드사들이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면서 카드론 영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대손 비용 확대에 순이익이 하락한 카드사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시 카드론을 늘리는 등,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니오고 있다.

20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의 30일 이상 연체율(대환대출 포함)은 평균 1.92%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0.12%포인트(p)가 상승한 수치다.

특히 BC카드(-0.29)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의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카드사 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의 연체율이 2.62%로 가장 높았다. 우리카드의 경우 전 분기 대비 연체율 상승폭(0.47%p)이 8개 카드사 중 가장 높다.

연체율 악화는 카드론을 중심으로 한 카드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대환대출 포함)은 40조6250억원으로 1년 전(38조2853억원)과 비교해 2조3397억원이 늘었다.

연체율이 오르면서 주요 카드사들의 순이익 역시 크게 하락했다. 8개 카드사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5%가 감소했다. 특히 롯데카드와 KB국민카드의 순이익 하락이 가팔랐다. 롯데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43억원으로 2024년 동기(249억원) 대비 42.6%가 하락했다. KB국민카드의 순이익도 같은 기간 39.2%(547억원) 줄어든 847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순이익 하락은 모두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롯데카드의 1분기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은 2322억원으로 지난해 말(1717억원)과 비교해 35.2%(60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 역시 1944억원에서 46.5%(903억원) 늘어난 2847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의 대손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 안팎에선 연체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무턱대고 카드론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카드사들의 대출 수익의 의존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카드론 대출 잔액이 늘더라도 내수 경기가 좋을 경우 카드사의 부담은 크지 않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경기 악화가 이어질 경우 카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상환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 경우 연체율 상승→대손비용 증가→순이익 감소로 이어지는데, 이때 카드사가 수익성 방어를 위해 대출을 늘릴 경우, 다시 연체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1분기 순이익 하락을 경험한 카드사의 입장에서는 오르는 연체율과 수익 악화를 모두 방어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