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T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5.05.08.

[한스경제=박정현 기자]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8일 "과학기술정통부가 번호이동 위약금에 관련해 유권해석을 내린다면고객신뢰회복위원회를 설치하고그 해석을 참고해위약금 문제를논의하겠지만복잡한 사안이라 쉽게 결정을 내릴순 없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이날국회 과학기술정보방신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SKT발 해킹 피해에서 기업과 소비자간 신뢰 회복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한 '번호이동 위약금' 문제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SKT 가입자들이 다른 이동통신사로 이동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을 면제할지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SKT는해킹 사태 이후 위약금 면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으며 이번 청문회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SKT는7일 국회 과방위에 제출한문서를 통해서는 "위약금이 높은 고객 중심으로 번호이동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위약금 면제 시 수백만 회선 해지로 수조원의 손실이 추정된다"며 "현재 기한 없는 신규 모집 중단이라는 자발적 조치를 한 상황에서위약금 면제까지 시행할 경우 회사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SKT의 후속처리 지연과 소극적인 대처에 상당수의 고객이다른 이통사로의 번호 이동을 원하고 있지만 회사는 위약금과 관련해 내부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반복하고 있다.

강도현 과기부 제2차관(왼쪽에서 두번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5.05.08.

앞서 SKT는지난달 18일 유심정보가 해킹되면서'유심보호서비스'를 방안으로 내놓았으나이 서비스가 해외 로밍 중이거나 비행기 모드일 때 복제 유심을 사용한 단말기로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고객 불안을 증폭시켰다.하드웨어인 '유심'은다음달까지 1000만개의 물량이 확보될 예정으로당장 2500만명의 고객을 지원하기 어렵다.

유 대표에 따르면SKT는 유심 해킹 여파로 '7조원' 이상의 손실을예상하고 있다. 타 통신사 번호 이동 위약금 면제 시 가입자 이탈 최대 500만명, 이에 따라 SKT가 감내해야 할 액수 최소 5000억원 등은 물론, 3년간 매출 감소까지 감안한 수치다. 위약금 면제가 회사의 존속을 위태하게 한다는 우려가 엄살은 아닌 셈이다.

유 대표는 청문회에서 "법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생태계와 SKT 손실과 관련된 부분들이 걸려있다. 고객 보호와 신뢰회복 후에 보상과 배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열린 SK텔레콤 유심 해킹 관련 청문회에는 유영상 SKT 사장,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등이 출석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5.05.08.

SKT가 위약금을 모두 면제하기 위해서는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가 관건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SKT 약관(44조)에 따라 회사 귀책사유가 인정되면 위약금 면제가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귀책사유 해당 여부는 기술적 보호조치 이행 여부, 보안 예산 삭감 여부, 해킹 이후의 대처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설명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유심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점, 보안 예산을 삭감한 점, 해킹 사고 이후 대처가 미흡한 부분을 사업자의 고객 보호에 대한 '귀책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반대로 말하면유심정보 보호 조치를 충실히 하고 충분한 보안 예산 투입을 입증하고해킹 이후 신속한 대처 등을 소명하면 법리적으로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SKT의 지난해정보보호 투자액은 약 600억원으로2022년(627억원) 대비 4% 줄었다.경쟁사인 KT(1218억 원)의 절반 미만이며LG유플러스(632억 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SKT는 정부의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을 연달아 통과했다. SKT는 2023년 7월부터 10월까지 3건의 정부 보안 인증 심사를 받아 모두 합격했고 인증 유효기간도 2027년까지 연장됐다. 인증 심사 합격 후 6개월 만에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해현행 인증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어떤 회의가 2500만 SKT 고객보다 중요하냐"고 지적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 12조에 따른 고발이 따른 점을 알려드린다.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서는 위원장이 간사와의 협의를 거쳐 고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