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제 생각이 어떻냐'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데 가능하면 불편이 없도록 해결됐으면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SKT 사이버 침해 사고 브리핑'에 참석해 SKT발 해킹 피해에 대해 19일만에 입을 열고 논란이 되고 있는 번호이동 위약금 문제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최 회장은 "최근 SKT 사이버 침해사고로 고객과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 SK 그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SKT와 소비자 간 신뢰 회복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한 '번호이동 위약금' 문제에 대해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를 같이 검토를 해야 하는 사안으로 현재 SKT 이사회가상황을 논의 중"이라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논의가 잘돼 좋은 해결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겠다. 저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 드릴 말씀이 여기까지다"고 덧붙였다.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에 대해 그룹 최고결정권자인 최 회장의 결단을 기대했던소비자들로선 또 다시 이사회 의결을 기다려야하는 모양새가 됐다.

앞서 SKT는 지난달 18일 유심정보가 해킹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후속처리 지연과 소극적인 대응으로 고객들의 경쟁사이탈을 손놓고 지켜봐야 했으며 정부의 행정 지도로 사태를 해결하기까지 고객 모집도 못할 처지에 몰렸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 서버 해킹 사태가 확인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이용자는 24만8069명에 달했다. 주가 역시 8% 이상 급락했고 8700억원대의 시가총액 손실까지 발생했다. 절대적이던 SKT의 1위 통신사 지위와 브랜드 가치가 동시에 흔들리는 중이다.

회사가최선의 조치로 '유심보호서비스'를 내놓았지만해외 로밍 중이거나 비행기 모드일 때 복제 유심을 사용한 단말기가 연결될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상당수의고객은유심 교체 혹은 다른 이통사로의 번호 이동을 원하고 있다.

다만 유심은 다음달까지 1000만개의 물량을 확보할 예정으로 2500만명의 고객을 지원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번호이동에 따른 위약금 면제는 SKT 내부적으로 법무검토 중이라19일째 답보 상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이번 사태의 책임이 SKT에 있는 만큼 해킹 사고 이후 통신사를 변경한 이용자들을 상대로 위약금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T 위약금 문제는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과방위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SKT가회사 귀책이 있어도 가입 해지 시 위약금을 물리던 과거 약관을 고쳤지만, 이번 서버 해킹 사태에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당시 최 회장은 청문회에 불참했으며 참석한 유영상 SKT 대표는"번호이동에 대한 위약금 문제는 법무검토 중이다. 법무검토 이후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국회 과방위는 최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8일 'SKT 단독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으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해당 청문회에도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위원회에서 지정한일시에APEC 통상장관회의(15일 예정)를 대비한암참(AMCHAM·주한미국상공회의소)과의 한미 통상 관련 행사 참석이 예정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최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허락해 주시면 현재 대응 현황에 대해 유영상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출석해 위원님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해외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실제 책임 있는 행동이나 대책, 피해자 보호 방안은 경영진의 스피커로 듣기를 요구한 셈이다.

SK는 전 그룹사 대상으로 보안 투자를 확대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정보보호혁신위원회는 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차원에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