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비롯한 금융 취약계층의 한숨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다만 금융 취약계층의 한숨과 달리, 금융사의 실적은 철옹성과 같이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1월 에 비해 0.07%p, 지난해 2월 말 대비 0.09%p가올랐다.

세부적으로는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이 0.90%로 1월 말 대비 0.08%p,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6%로 1월 말 대비 0.06%p 상승했다. 지난헤2월과 비교하면 각각 0.14%p와 0.15%p 오른 수치다.

이처럼 중소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 연체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전체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은 0.58%로 1월 말 대비 0.05%p 상승했다. 이는 2018년 11월(0.60) 이후 6년 3개월 만에최고치다.

문제는 미국 상호관세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내수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금융 취약계층의 연체율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은행권은 매 분기 호실적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KB·신한·하나은행은 역대급 실적을 시현했다.

신한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동기 대비 21.5% 증가한 1조1281억원으로 리딩뱅크에 올랐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1분기보다 무려 163.5% 증가한 1조26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고, 하나은행도 17.8%가증가한 99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금융 취약계층이 치솟는 연체율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지만, 은행권의 이자장사는 여전히 순항 중이다.

1분기 KB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2조59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 상승했으며 신한은행(2조2301억원·지난해 대비 2.1%↑)과 우리은행(1조9180억원·지난해 대비 2.2%↑)도 개선된 이자이익을 시현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 시기에는 예대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나빠지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정책으로 대출금리를 예금금리보다 높게 유지하며 이자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실제로 3월 중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2.84%, 대출금리는 연 4.36%다. 2월 대비 하락폭은 저축성수신금리가 0.13%p로 대출금리의 0.10%p보다 0.03%p 컸다.

이에 예대마진차이는 확대되고 있다. 3월 기준, 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 차인 예대마진차1.52%p로 2월 대비 0.03%p 확대됐다.

4대 은행 기준으로 보면 KB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42%p로 2월보다 0.09%p 상승했고, 신한은행은 1.53%로 전월보다 0.08%p 올랐다. 우리은행은 1.48%p 유지했으며, 하나은행은 1.65%p에서 1.60%p로 하락했으나 은행권 전체 평균(1.52%)를 크게 상회했다.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를 보면 신한은행은 1.40%p에서 1.51%p로 크게 상승했다. KB국민은행도 1.33%p에서 1.49%p로 올랐으며우리은행(1.30%p→1.38%p)과 하나은행(1.40%p→1.43%p)도 크게는 0.08%p 상승했다.

이것이 서민들은 울고 있는 데 은행은 이자 장사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다만은행권은 겉으로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입징이다. 올해 1분기까지 철옹성과 같이 탄탄한 실적을 올렸지만,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하락했기 때문이다.

1분기 기준 4대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은 1.56%로 1년 전보다 0.08%p 하락했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이 1.87%에서 1.76%로 신한은행은 1.64%에서 1.55%로 하락했다. 하나은행은 1.55%에서 1.48%로, 우리은행은 1.50%에서 1.44%로 떨어졌다.

은행권에서는 금리 인하기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과 부실채권 증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순이자마진과 이자이익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상영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NIM이 상승한 것은통상적인 계절적 요인 등이 작용한 것으로, 올해 금리하락이 본격 시작되면서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엔 변함없다"며 ,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 비율이 최근 1~2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매년, 매분기가 위기라고 표현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역대급 실적'이었다. 그만큼 대외 변수에 대응을 잘한 결과이다. 민간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단연 실적 개선이다. 다만 은행이 잊지말아야 할 것은 과거 '공공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은행은 국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기관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경제 활동의 기반을 마련하고 국민의 경제적 안정을 지원하는 곳이 은행이다.

은행권은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다양한 금융지원으로 무장한 상생금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철옹성과 같은 탄탄한 실적과 함께 온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역대급 상생금융이 수반된다면 호실적에 따른 비난 여론은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