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구멍을 낸다
괭이로 찍고 삽으로 판다
땅에 상처를 낸다

콱콱 따그락 따그락…
땅의 신음 소리
때로는 숨어 있는 돌에 삽날이 부딪친다
땅의 방어 무기다

하지만 아랑곳없다
나는 땅을 파고 씨앗을 묻는다
무릇, 나의 작물은 이 상처에서 나고 자라는 것
꽃이 되고 열매도 열린다

붉은 고추
자색 가지
힘차게 발기하듯
오이도 위세 좋게 건들거린다
그 옆에 배추가 속살을 보이며 몸을 벌리고 있다
오, 저 씩씩한 관능들

나의 상처들
평생을 함께 해 왔다
그 아픔의 깊은 골에서 피어오를
눈물겨운 시를 기다린다

문효치

1943년 군산 출생.

1966년 한국일보 및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계백의 칼』,『어이할까』,『바위 가라사대』등15권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김삿갓문학상, 석정시문학상 등.

박병두(시인.소설가.시나리오작가)
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1964년 전남 해남 출생
저서 : 장편소설 《그림자 밟기》,《인동초》,《해남, 땅끝에 가고 싶다》, 《전라도 가는 길》,《해남 가는 길》등 다수가 있으며, 전태일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주소 : 우편번호 59064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해안로 1629-20
홈피 : 인송문학촌토문재.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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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3895-3259

※토문재(吐文齋) : 글을 토해내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