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고 싶어 한 설계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공동주택이다. Wiener Ensemble

(서울=우리뉴스) 안병현 기자 =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푸른 하늘 아래,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들이 모여 있는 독특한 마을이 있다.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옮겨놓은 듯한 이곳은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의 대표작, '훈데르트바서 하우스'(Hundertwasser House)이다.

이 집을 디자인한 훈데르트바서는 원래 화가였지만, 1950년대 초반부터 건축가로서의 활동에 집중했다. 그에게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1977년 당시 오스트리아 연방 총리였던 브루노 크라이스키는 비엔나 시장 레오폴트 그라츠에게 훈데르트바서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주택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것이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의 출발점이었다.

이 공동주택은 1983년 건축을 시작해 1985년 완공되었다. 설계자는 훈데르트바서였지만, 그의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건축 과정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이 담겼다. 훈데르트바서는 건축 초기부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주민들은 건물의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공간을 만들었다. 훈데르트바서는 이 건물의 설계에 대한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으며, 다만 그의 철학에 따라 건축을 이끌었다.

건물 외벽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풀들이 심어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Wiener Ensemble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1,273㎡의 부지에 건축되었으며, 총 건축 면적은 1,089㎡이다. 건물에는 50개의 아파트, 2개의 레스토랑, 37개의 주차장이 포함되어 있다. 건물 내부에는 14개의 큰 정원과 14개의 작은 정원이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건축 과정에서부터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미 있던 나무들은 그대로 살리고, 새로운 식물을 더 심어 녹색 공간을 조성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참여시켜 건물 곳곳에 예술 작품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이 공동주택을 기능적인 주거 공간 이상의, 예술과 생활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훈데르트바서는 건축을 시작할 때부터 사람이 사는 공동주택을 짓는다는 것 이상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상적인 도시'였다. 이 같은 그의 철학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1층 입구. 평범한 벽면도 알록달록한 타일을 장식해 악센트를 주었다. Wiener Ensemble

제일 먼저 딱딱한 직선 대신 유기적인 곡선을 사용하여 자연의 형태를 모방했다. 건물 외벽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풀들이 심어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타일과 모자이크로 건물 외벽을 장식하여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했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창문과 발코니를 만들 수 있도록 해 건물에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주택 단지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독창적이다. 건물 내부에는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숨겨져 있어 탐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특별한 공간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과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인간과 자연, 예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꿈같은 도시를 보여주는 비엔나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설계자인 훈데르트바서의 독창적인 철학과 열정이 담긴 이 공동주택은 미래 도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예술가들을 참여시켜 건물 곳곳에서 멋진 예술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1층 분수대. Wiener Ensem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