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오비맥주가 신세계엘앤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글로벌 소주시장에 진출한다. 해외에서 소주 인기가 이어지자 자사 브랜드 '카스'와 함께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비맥주까지 해외시장을 노리면서 K-소주 시장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오비맥주가 소주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소주는 수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 내 K-소주의 판로를 확대해 온 브랜드다. 이번 인수를 통해 오비맥주는 카스와 제주소주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수출 중인 '제주소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카스' 판매량을 늘리는 '투트랙' 전략을 쓸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인수 외에 다른 건 정해진 게 없다"라면서도 "K-소주 인기를 기반으로 '카스'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이번 '제주소주' 인수는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비맥주가 인수한 제주소주는 2011년 제주도 향토기업으로 출발했다. 2014년 '올레 소주'를 출시했으며 2016년 이마트에 인수되며 '정용진 소주'로 불리기도 했다. 2017년 '푸른밤'으로 리뉴얼한 소주를 출시했으나 초반 반응과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이 미미해지자 국내 사업을 철수했다.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1년 자회사인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이후 제주소주는 수출용 소주 위탁생산(ODM)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신세계L&B는 지난 6월 제주사업소를 물적분할해 제주소주를 신설회사로 설립했고 두 달 만에 오비맥주가 새 주인이 됐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제주소주를 내수시장 공략이 아닌 글로벌 전초기지 역할을 할 발판으로 삼았다. K-컬쳐를 넘어 K-푸드 등 식음료까지 확장되고 있는 K-열풍을 카스와 제주소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국내 소주 수출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1억141만달러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처음 1억달러를 돌파했다.

해외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오비맥주까지 합세하며 글로벌 소주 전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내수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 소매시장에서 하이트진로(59.8%)와 롯데칠성음료(18%)가 각각 점유율 1위, 2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가 당장은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주가 한류 인기로 수출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맥주, 와인, 위스키 등과 비교하면 글로벌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타 주종이다"라며 "외국에 있는 교민 등 한국인을 제외하면 소주 해외수출시장은 최근 한류 트렌드에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제주소주가 시장 내에서 크게 영향력이 있지 않았던 만큼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