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국제뉴스) 김정기 기자 = 테러에 가까운 식탐을 자랑하는 멸강나의 등장으로 충남 서천군이 심각한 농작물 피해 우려에 직면했다.

지난 23일 농업기술센터는 최근 관내 밀 재배단지에서 멸강나방(Spodoptera frugiperda) 유충의 피해가 처음으로 확인됨에 따라, 신속한 긴급 방제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멸강나방 유충은 지난 4월 말 중국 남부에서 발생한 성충이 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돼 알을 낳고 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국외에서 기류를 따라 비래하는 형태로 유입되는 멸강나방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기상 영향을 받는 주요 병해충 중 하나로, 예측과 대응이 특히 까다롭다.

멸강나방 유충은 벼와 옥수수, 사료작물 등 주요 화본과 작물의 생장을 위협하는 대표적 해충으로 잎과 줄기를 집중적으로 갉아먹으며, 왕성한 식욕과 뛰어난 이동성으로 인해 발생 후 불과 2~3일 만에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초기 발견이 늦어질 경우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어, 지역 농가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센터는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현재 서천군 일대의 벼, 옥수수, 사료작물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멸강나방의 발생 현황과 방제요령을 즉시 전파하는 한편, 정밀 예찰을 강화해 초기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또한 관내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긴급 문자 발송과 현장 기술 지도를 병행해 피해 확산을 적극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주영 서천군농업기술센터 식량작물팀장은 "멸강나방 유충은 발견 즉시 방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응 전략"이라며 "농가에서는 포장 주변을 수시로 예찰하고, 필요시 사용할 수 있는 등록 약제를 사전에 확보해 즉각적인 방제가 가능하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서천은 전국적으로도 화본과 작물 재배가 활발한 지역인 만큼,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닌 국가 식량안보와도 연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멸강나방은 원산지가 중남미로 2016년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아시아까지 확산된 대표적인 외래 해충이다. 국내에서는 2019년 제주와 전남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해마다 기류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비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멸강나방은 하루에 100km 이상을 이동할 수 있는 비행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농업 피해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와 기후변화가 이러한 외래 병해충의 국내 확산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예찰과 체계적인 방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