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국제뉴스) 김정기 기자 = 충남 서천군서천읍성 일대에서 백로로 인한 주민 피해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발단은 서천읍성 주변에 서식하는 백로. 해마다 수백 마리가 몰려들며 번식기를 보내는 이곳은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기고 있다. 조류 배설물은 심한 악취와 차량 부식을 유발하고, 나무에 장기간 머무는 특성 탓에 소나무 고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백로들의 울음소리는 하루 종일 이어지며 주민들의 일상은 물론 인근 학교 수업까지 방해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2023년 열린 공청회에서도 심각하게 다뤄졌다. 당시 공청회에는 서천여중고, 서천군청, 서천교육지원청, 서천초등학교, 학부모, 녹색어머니회 등 각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주민들은 반복되는 피해를 호소하며 환경정화 작업, 고사목 제거 등의 실질적 조치를 요청했으나 서천읍성이 충남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어 실질적인 퇴치가 어려워 '공존'이라는 원론적 결론이 도출됐다.

그러나 공청회 이후에도 조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시적 조치나 주민과의 후속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군청이 이전된 후 주민 피해는 더 외면받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인근 주민 박모씨는 "공청회 때는 다들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듯했지만, 군청이 옮긴 뒤로는 오히려 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냄새와 울음소리는 여전하고 차는 하루 만에 하얗게 덮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지역이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주민들이 고통받는 걸 방치하는 게 공존이냐"며 "서천읍성을 지키는 일과 주민들의 삶을 보호하는 일은 결코 상충되는 목표가 아닌 만큼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상생을 위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주민 생활과 문화재·야생동물 보호 사이 균형을 찾기 위한 중재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주민 피해를 단순히 '공존'이라는 구호로 덮기보다는 철새 이동 시기 조절을 위한 조명 조절, 인위적 서식지 이동 유도, 정기적 환경정화 등의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서천군은 공청회에서 약속한 '피해 최소화' 방안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주민 의견을 다시 수렴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복합문화공간 조성이라는 개발 계획만이 가시화된 가운데, 서천읍성 철새 피해 문제는 방치된 채 잊혀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