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국제뉴스) 황종식 기자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업체가 전직 임원 및 직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핵심 기술과 도면 등을 유출당하면서 약 100억 원대의 매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3월 ㈜엠에프테크의 영업비밀 유출 정황과 관련해 A모 씨 등 전직 임직원 4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관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은 엠에프테크 임원이었던 A모 씨가 퇴직에 앞서 2019년 경쟁사인 H사를 설립하고, 다음 해인 2020년 8월~11월 사이 B모 씨, C모 씨 등 핵심 인사들과 함께 H사로 이직하면서 제품 설계 도면과 제조 기술 등 핵심 정보를 H사에 유출했다는 의혹이다.

이번 사건은 엠에프테크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영업비밀보호센터를 통해 이들이 사용했던 노트북의 포렌식 결과에서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포렌식 결과, 약 1,800건에 달하는 도면과 기술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최종 정보가 H사로 흘러갔을 것이란 의혹을 두고 있다.

엠에프테크는 매출 하락의 원인을 찾던 중, A모 씨가 H사 재직 당시 직원 등록 과정의 이메일 등에서 내부 자료가 부정 사용되고 있다는 정황을 인지하고 확대 조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엠에프테크 측은 "A모 씨 등은 설립 초기부터 J사, 또 다른 H사 등 복수의 협력사까지 설립하고, 유출된 핵심 기술 등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납품하며 기업 운영을 공유해 왔다"며 "기존 거래처와의 하우징 제품 공급 계약에서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A모 씨는 "엠에프테크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사소송 진행 도중 상황이 불리해지자 증거 수집 목적으로 형사고소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고소장에 기재된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이미 밝혀진 상황이다"라며, 엠에프테크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엠에프테크는 현재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착수한 상태다. H사 A모 씨 등 관련자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엠에프테크는 유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하면서 5년 동안 일어난 매출 피해는 약 1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H사로부터 동일한 제품을 거래하면서도 아무런 의혹을 제기하지 않은 기존 거래처들의 경영방식도 한몫했다고 지적하고, 불법 여부와 법적 문제는 없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영업비밀 훼손·멸실·변경 금지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 신설 등, 강화된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해외로의 인력 유인, 촬영, 메일을 통한 유출 등으로 피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 보호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