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트남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상호 관세 발표 후 미국이 무역 합의에 도달한 첫 인도·태평양 국가로, 상호 관세율은 46%에서 20%로 인하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통화한 뒤 베트남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물품에 20% 관세를, 환적 물품에 대해서는 40% 관세를 부과하는 조건이다"라고 설명했다.

환적 물품은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다른 국가 제품을 뜻하는 것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은 이전에 결코 한 적 없는 조치, 즉 미국에 대한 무역 시장 완전 개방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이는 우리가 베트남에 제품을 0% 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사견으론 미국에서 잘 팔리는 SUV 또는 대형 엔진 차량이 베트남의 다양한 제품 라인에 추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럼 서기장과 직접 협상한 건 정말로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무역 협정 틀에 관한 공동 성명에 합의"

베트남플러스에 따르면 양측은 통화에서 협상 대표단이 "상호적이고 공정하며 균형 잡힌 무역 협정 틀에 관한 공동 성명에 합의했다"고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수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크게 인하할 것이며, 양국 무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럼 서기장은 미국이 베트남을 시장 경제로 조속히 인정하고, 일부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은 향후 몇 년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촉진하기 위한 주요 방향과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럼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베트남으로 초청했고, 양측은 조속한 시일 내 만나길 희망한다는 뜻을 주고받았다.

경제, 무역, 투자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특히 과학 기술 등 핵심 및 선도 분야에서 협력을 촉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베트남 측은 밝혔다.

◆초안엔 관세율 명시 안 돼…"향후 몇 주 내 최종 합의"

폴리티코가 입수한 합의 초안에는 양측이 향후 몇 주 내 최종 합의를 체결해 베트남 수입품에 대한 미국 관세를 상당 수준 감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구체적인 관세율은 명시되진 않았다. 다만 관세 인하가 기술 제품, 신발, 농산물, 장난감을 포함한 소비재 등 다양한 베트남 수입품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입품에 대한 '우호적인 원산지 규정'을 수립해 중국 제품 환적량을 줄이기로 했다. 베트남은 지식재산권 집행 등 비관세 장벽을 해소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베트남이 가금류, 돼지고기, 소고기 등 농산물과 미상의 산업 제품에 대해 '우대 시장 접근'을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80억 달러 규모 보잉 항공기 50대 구매를 확정할 예정이며, 29억 달러 규모 미국 농산물 구매에 대한 기존 양해각서도 재확인할 것이라고 적혔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협상을 주도하는 한 관료는 폴리티코에 이번 협정 조건이 다른 국가와 협상에 접근하는 방식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베트남보다 열악하다고 판단되는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美 SUV 수요 불분명…베트남 진출 韓기업엔 부담 커질 듯

미국 측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1500억 달러 가량으로, 베트남은 미국의 제8위 무역 파트너다. 무역 적자 규모로는 3위다.

트럼프 행정부 1기와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강제 노동을 문제 삼으며 관세와 제재를 가한 뒤, 의류와 신발 업체들이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면서 규모가 급증했다.

미국은 베트남 수출을 확대해 무역 적자를 줄이려고 하지만, 얼마큼 효과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SUV 수출 확대를 기대했는데, 베트남 내 주요 교통수단이 오토바이인 만큼 수요가 불확실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에 스마트폰 생산의 상당량을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20% 이상 관세를 부과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역시 베트남에서 생산한 가전제품 일부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기존 46% 상호 관세와 비교하면 최악을 피했다고 볼 수 있으나, 상호 관세가 없었던 현재와 비교하면 부담이 대폭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베트남 투자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삼성과 LG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라고 전했다.

미국이 상호 관세 발표 및 유예 이후 무역 협정을 체결한 건 영국에 이어 베트남이 두 번째다.

이번 발표는 오는 8일 상호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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