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50% 관세 부과'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기한 내 합의를 이룰지, 장기전을 감수하고 보복에 주력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EU는 산업재 관세 전면 철폐 제안으로 미국을 설득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일축해 아직 유의미한 협상 성과가 없고, 주요국 정상간에도 이견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유럽 각국 정상들은 26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최근 제시한 새 협상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상호 관세' 부과일인 7월9일을 13일 앞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대(對) EU 상호 관세율을 25%로 발표했다가 2배인 50%로 올린 뒤 시행을 앞둔 상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미국과) 협상 준비가 돼있는 동시에, 만족스러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유럽의 이익을 수호할 것이며,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미국이 제시한 새 협상안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프랑스24 보도에 따르면 '2페이지 분량의 원칙적 내용'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유럽 정상들은 미국이 추가 협상을 제안했다는 소식을 암울하게 받아들였다"며 부정적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익명의 EU 소식통을 인용해 "관세 협상이 점점 비관적으로 흐르는 현실 속에서 공격적 보복 모드로 전환할 것인가, 아니면 목소리를 낮추고 신속한 합의를 할 것인가(선택의 문제)"라고 전했다.

일부 정상들은 '10% 관세 부과'로 타결된 미국과 영국의 관세 협상을 주시하며 비슷한 수준의 협상 타결을 언급했다.

폴리티코는 이에 대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EU 국가들은 무역전쟁 철회를 강력 요구했고, 영-미 합의를 무시하며 EU는 10% 기본 관세를 절대 받지 않겠다고 주장했으나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짚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10% 관세'에 대해 "아마도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에게 영국은 (기타 유럽과) 다른 파트너로, 나는 영국과 같은 대우를 받기를 바라지만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과 유럽간의 가장 좋은 관세는 0이지만, 10(%)이어야 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우리의 선의가 약점이 돼서는 안 된다. 균형적이지 않은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상품에도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빠른 협상 타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손해를 보는 불균형 합의가 되더라도 50% 관세 부과 현실화보다는 낫다는 취지다.

그는 "7월9일까지 2주도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 정교한 무역 협정에 합의할 수는 없다"며 "화학, 철강, 자동차 제조 등 많은 기업들이 위기에 빠지고 있다. 빠른 공동 결정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신속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디언은 메르츠 총리 입장에 대해 "그는 독일 자동차 업체와 수출기업들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고 있고, 이들 중 일부는 비대칭적 협상이 협상 결렬보다 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해석했다.

현재 EU의 대미 수출에는 철강·알루미늄 상품에 50%,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25%, 기타 모든 상품에 대한 10%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공통으로 발표한 '보편 관세'로,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8일까지 양자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EU 모든 상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EU는 이에 대항해 210억 유로(33조3000억여원) 상당의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가 유예했고, 이후 950억 유로(약 150조8000억원) 상당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알파벳, 구글,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디지털 과세 강화 등도 검토하고 있다. 또 아시아태평양 경제 블록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공동체(CPTPP)와의 다자주의 협력 강화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