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시 해변에 있는 거대한 셰브런사의 정유소 단지 앞에 정박한 대형 유조선은 먼 아마존 열대우림 안에서 뽑아내는 원유에 대한 캘리포니아주의 탐욕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 유조선 앞 해상에서 19일(현지시간) 거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두툼한 패딩 재킷을 갖춰 입은 에콰도르 아마존 지역의 원주민들이 험한 파도 위에서 카약의 노를 저으며 미국의 원유 수입 확대가 자기들의 땅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며 항의 시위에 나섰다.

이들이 캘리포니아에 까지 와서 원정 시위를 벌인 것은 주 의회가 정부에 대해 아마존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계획을 재고하도록 촉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원주민 카약 시위는 에콰도르 정부가 2026년에 실시할 14개 광구의 유전지대 경매사업 "수르 오리엔테"( 동남쪽이란 뜻)를 앞두고 무려 200만 헥타르의 열대우림의 유전 개발을 해외에 예고한 데 대해 일어났다. 그 대부분 땅이 원주민들의 지역이기 때문이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이번 정부의 정책이 에콰도르 국민이 야수니 국립공원 일대 아마존 유전지대의 원유를 개발하지 않고 영구 보존하기로 결정한 지난 번 국민투표의 결과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에콰도르 국민의 보존 결정은 아마존 우림지대의 또 다른 남미국가인 브라질에서 석유개발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브라질은 17일 아마존강 하구 부근 해역에 있는 여러개의 해저 지역 등 원유 생산 가능 지역에 대한 경매를 실시했다. 그 목적은 원유생산량의 확대와 지역 개발이다.

환경단체와 원주민 단체들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유전지대는 여전히 손쉬운 돈벌이로 이용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 온 와오라니족 원주민 단체 후안 베이 회장은 캘리포니아 시위의 목적이 "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입장, 앞으로 더욱 강력해질 투쟁에 대해 알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캘리포니아주가 와오라니 원주민지역을 위해서라도 아마존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려는 계획을 재고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 대표들은 19일 리치먼드 앞바다에서 현지 환경단체들과 함께 근처에 있는 셰브런 정유소까지 카약을 타고 노를 저으며 아마존 보존과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처하는 경각심을 높이는 시위에 참가했다.

캘리포이나주는 아마존 석유의 세계 최대 소비처이다. 정유가 끝난 석유는 주로 연료로 사용된다. 에콰도르는 해안 원유 생산국 가운데 최대의 생산량을 가진 나라다.

캘리포니아에서 원주민 권리를 위해 소송전을 벌여온 조시 베커 주 상원의원은 새로운 법안을 제안하고, 에콰도르에서 자기 땅을 지키고 기후 위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곳 까지 온 원주민 대표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대표단은 "아마존 워치"라는 오클랜드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와 함께 아마존 보호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또 원주민 동의없이는 유전개발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입법 투쟁도 전개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는 기후 변화 면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의 보존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환경 파괴의 피해가 남미에만 국한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간 최악의 피해를 낸 캘리포니아 산불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는 에콰도르 원주민 사회가 열대우림 보호와 원주민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데 대한 찬사를 담은 새로운 원유수입 관련 법안을 곧 상정할 예정이다.

또한 이 법은 캘리포니아 최초로 지역 에너지 소비가 이 지역 삼림파괴와 문화적 손실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하는 안도 포함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이 법안을 몇 주일 안에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