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유다경 기자 = 한국산 선박의 미국 시장 진입을 가로막아온 대표적 보호무역 장벽인 '존스법'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조선업계의 대미 수출 확대에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따르면 '미국의 수역 개방 법안(Open America's Waters Act)'이 지난 12일 미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발의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과 톰 매클린톡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이 각각 대표 발의자로 나섰다.

존스법은 1920년 제정된 '연안항해법(Merchant Marine Act)'의 일종으로, 미국 항구 간을 오가는 모든 화물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국적 선박이며 ▲미국 시민이 소유하고 ▲미국 시민 또는 영주권자가 승무원인 선박으로만 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해운 및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이 법으로 인해 미국 해운사들은 가격이 비싼 미국산 선박 구입을 꺼리게 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 조선소의 일감도 줄었다. 결과적으로 연안 운송에 투입할 수 있는 선박 수 자체가 부족해졌고,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커졌다.

의회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존스법이 미국 내 물류비용을 높이고, 에너지 수입에도 장애가 된다고 주장했다. 하와이 목장주들이 소를 미국 본토로 옮길 때 선박을 이용하지 못해 항공기를 써야 한다는 사례나, 푸에르토리코가 가까운 미국 걸프 연안 정유소 대신 베네수엘라산 제트연료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는 존스법 요건을 충족하는 선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존스법이 폐지된다면, 한국산 선박의 미국 내 연안 운송시장 진출이 가능해져 국내 조선업계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한미 간 조선 협력 확대를 위해서도 해당 법 개정은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꼽혀 왔다.

다만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내 조선업계의 반발과 관련 지역구 정치권의 반대, 강력한 로비 등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 리 의원은 작년에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치권 내부에서는 한국의 선박을 수입하기보다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 현지에 투자해 자국 산업 회복에 기여하길 바라는 기류가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조선 협력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만큼 향후 정치 지형에 따라 관련 논의가 진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리 의원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존스법은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가져가 부자에게 주는 법"이라며 "의회는 이 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