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다음달 8일로 예정된 미국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 전까지 협상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미국이 소고기·쌀 등 국내에서도 민감한 농산물 품목에 대한 비관세장벽 해소를 요구하는 가운데 우리 농가와 국민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4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양국의 2차 기술협의에서 미국 정부는 올 3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간한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 보고서)에 담긴 비관세 장벽에 대한 철폐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미국 측이 내세운 비관세 장벽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이다. 미국 측은 소고기의 경우 30개월 이상을 포함해 월령과 관계없이 육포와 소시지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철폐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과거 '광우병 파동'을 겪은 우리 국민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개방될 경우 우리 축산농가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어서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한 반발도 감안해야 한다. 이미 국내 축산단체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개방 가능성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시사한 상황이다.

쌀은 저율할당관세 적용 폐지와 고율의 관세 부과 철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쌀 수입은 국내 농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 역시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재추진하기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이 이뤄지면 쌀 가격 하락 시 정부가 쌀을 매입해야 하는 만큼 미국산 쌀 수입 개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고기와 쌀에 대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반적인 관세협상이 기한 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 직후 상호관세 유예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한 달 여에 불과한 가운데 민감한 난제까지 받아들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기본관세 10%를 부과한 상태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는 다음달 8일까지 유예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기본관세 10%에 상호관세 15%를 더해 총 25%의 관세가 매겨졌다.

이와 관련 농정 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비관세 관련 대미 협상 대응팀을 구축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실무협의 과정에서 미국 행정부의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신중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