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암호화폐를 정치적·사업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암호화폐 거래 앱이 새로 출시된다는 소식에 그의 아들들이 "가족과 무관하다"며 공개적으로 선을 그어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업가 빌 잰커가 만든 밈코인 '$TRUMP'의 개발자들이 암호화폐 플랫폼 매직 에덴과 손잡고 '공식 $TRUMP 지갑'을 출시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지갑 앱은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디지털 화폐를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X(구 트위터)에 "트럼프 가문은 이번 암호화폐 지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동생 에릭 트럼프 역시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고, 뉴욕타임스에 "공식 $TRUMP 지갑 출시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내 아들 배런 트럼프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이 드문 편이지만, 이례적으로 "우리 가족은 이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유사한 암호화폐 지갑을 자체적으로 준비 중이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암호화폐 사업들이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 그리고 내부 경쟁 구도를 드러낸 사례"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우리는 곧 공식 지갑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이 설립한 암호화폐 회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이미 자체 암호화폐를 판매해 5억5000만 달러(약 7547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가문은 최근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세에 편승해 여러 사업을 벌여왔다. 지난해부터 '아메리칸 비트코인', '$TRUMP',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 등 네 가지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이후 암호화폐 규제 완화에 앞장서며 업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주주로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와 연계된 '트루스 소셜 ETF' 상장도 준비 중이다. 트루스 소셜 ETF는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구조로 설계돼,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로, ETF 출시를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한편 $TRUMP 코인은 밈코인으로, 실질 가치보다 투기성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다. 1달러 미만이었던 가격이 한때 75달러까지 치솟았다. 거래마다 수수료가 붙는 구조로 트럼프 측과 잰커 모두 거래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TRUMP 물량은 전체 발행량의 80%로, 실제 시장에 풀릴 경우 가격 폭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TRUMP 코인 보유자 중 상위 220명과 저녁 만찬에 나섰고, 상위 25명은 백악관 투어까지 제공해 대통령직을 사적 이익에 활용하는 등 '윤리적 금기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