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반도·동중국해·남중국해 등 지역을 하나의 '전쟁 구역(Theater)'로 묶어 대응하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관계 각국에게 설파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원 시어터라는 표현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원 시어터 구상은 대중국 대항을 염두에 두고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 동맹·우호국과 방위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방안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도 이 구상에 대해 찬성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지난 5일 인도를 방문해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에게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귀국해 이시바 총리에게 보고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이시바 총리 앞에서 A3 사이즈의 지도를 펼쳐 설명했다. 동서로는 중동에서 태평양까지, 남북으로는 중국부터 호주 주변이 담긴 지도였다. 중국의 대미 방어선인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 중국군 움직임도 명기됐다.

나타타니 방위상은 "이(지도)를 사용해 원 시어터 구상을 인도에서 설명했다. 인도양, 태평양을 중심으로 이 지역 안보 환경을 하나로 보고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고 보고했다. "인도 측도 이해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도뿐 아니라 3월에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2월에는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에게 같은 지도로 구상을 설명했다. 관계국에게 구상을 공유하고 공감을 얻는 데 속도를 붙이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 구상을 당초 명명한 '원 시어터'로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국회 답변, 기자회견 등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인도에서도 '원 시어터'라고 언급하지 않은 채 구상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원 시어터 언급을 피하는 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신문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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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쟁 구역'이라는 말이 주변국 등에 군사작전을 결행하는 것처럼 여겨져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방위상의 한 간부는 "유사시를 막기 위해 평시, 회색지대 사태를 상정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구상인데 (오히려) 유사시를 연상시킨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실제로 한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이 "한반도가 일본의 전쟁 구역 구상에 포함된 것은 문제다"라는 우려를 일본 외무성을 통해 전달했다.

원 시어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한국 내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다는 명분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신문은 원 시어터가 지리적인 범위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일본 총리 관저 간부는 "설명할 때마다 범위가 흔들리고 있다. 아직 설익은 구상"이라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 내에서도 원 시어터 구상에 인도가 포함돼야 할지에 대해 견해가 나뉘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서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 나온 표현이라는 문제도 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방위성이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방위성 내에서도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