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중재로 하마스와 직접 협상에 나섰다고 미국 CNN이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매체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번 주 카타르 도하에서 중재자를 통해 하마스와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위한 아랍계 미국인' 그룹을 이끌었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비샤라 바바가 중재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 인질 에단 알렉산더 석방을 위해 미국과 하마스 간 비공식 채널을 구축한 것도 바바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미국은 이전까진 카타르와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와 소통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하마스와 직접 소통하기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협상 속도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이탈리아를 찾은 JD 밴스 부통령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대적 공격을 재개하자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대통령은 분명히 협상을 원한다"며 "협상이 계속될수록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게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데니스 로스 전 중동 특별 조정관은 "그들은 카타르나 이집트를 통해가 아닌 자체 하마스 채널을 원한다"며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하마스를 영향력 아래 둘 수 있다고 믿는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하거나 예멘 후티 반군과 휴전을 발표하는 등 일련의 행보는 이스라엘에 기대지 않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중동에서 외교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로스 전 조정관은 "최근 조치들은 트럼프가 미국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이며, 이스라엘의 고려 사항이 그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걸 반영한다"며 "이스라엘과 단절을 의미하진 않지만, 미국 이익에 에너지를 집중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바가 경험이 부족하고 하마스 결정권자들이 도하가 아닌 가자지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채널이 돌파구를 마련할지 의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우회해 문제를 해결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에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절망인지 혼란인지 어떤 신호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그들이 (바바를) 하마스 생각 창구로 보는 것도 분명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7일 도하에서 하마스와 간접 협상을 시작했다. 고위 협상단은 철수시켰으며, 실무급 대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