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맞아 화석 연료 산업의 부활을 모토로 내걸었다. 그가 선거운동 기간 외친 '드릴, 베이비, 드릴' 구호가 이를 대변한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 쏟아낸 행정명령 중에는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것도 있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난달 2일 발표한 '상호 관세'도 미국의 석유 산업 보호가 한 이유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 100여일을 지난 상황에서 미국의 석유 산업은 오히려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9일 서방 주류 매체들이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유락 하락의 중압감으로 주가 하락 등 침체를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미 경제잡지 '포춘'은 6일 미국 석유 생산업체들이 겪는 불황은 미국이 세계 최대 화석 연료 생산국으로서의 지위를 흔들고 에너지 안보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제 둔화 추세가 각 산업으로 확산돼 석유 생산업체들은 전략을 조정해 시추 플랫폼의 수를 줄이고 있다.

트럼프 집권 100여일이 지난 가운데 엑손모빌의 이익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77억 달러에 불과했다. 셰브론의 1분기 수익은 3분의 1 줄어든 35억 달러였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가격과 마진 면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전 서비스 대기업인 슬럼베셰, 핼리버튼, 벡휴스의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이들 회사의 주가는 미국 석유 산업의 풍향계로 불린다.

이같은 정유업계의 실적 부진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5월 5일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한때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씨티은행은 향후 3개월 동안 브렌트유 가격 예측을 배럴당 60달러에서 5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57 달러로 4년 만에 최저치였다.

한 석유 업체 CEO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육상 석유 생산량이 이미 정점에 이르렀고 이번 분기부터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산업과 국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회사는 시추 플랫폼을 3개 줄이고 작업팀을 1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 서비스 제공업체 베이커 휴스에 따르면 미국 최대 유전인 텍사스 페름기 분지의 시추 플랫폼 수가 지난 한 달 동안 약 3%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셰일오일 혁명의 진원지인 노스다코타주도 위협받고 있다.

이 주는 미국에서 석유 생산량이 세 번째로 많으며 다른 곳보다 원유 가격 하락과 생산량 둔화의 영향을 더 쉽게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의 바켄 분지 시추 활동도 둔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백악관은 여전히 유가 추가 하락을 촉구하고 있으며 피터 나바로 수석 고문은 유가가 배럴당 50 달러인 것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미국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석유 시추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석유 수요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문제에서 변덕스러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호관세가 발표된 4월 2일부터 4월 28일까지 미국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의 총 시가총액 손실은 2800억 달러를 넘었다고 WSJ은 전했다.

FT에 따르면 올해 2월 트럼프 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서 석유 산업 상황도 더욱 악화됐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리스타드 에너지의 매니저 매튜 번스타인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업계가 오랫동안 직면한 가장 큰 역풍 중 하나"라고 말했다.

WSJ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세계 경제를 둔화시켜 원유 수요를 감소시키고, 석유 회사의 비용을 높여 철강 및 기타 장비의 비용을 높이는 등 두 가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5월부터 매일 40만 배럴 이상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도 미국 석유 산업의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샤먼대 중국 에너지 정책연구원 린보창 원장은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는 모순이 존재한다"며 "석유 생산을 장려하려면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81개 회사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원유 가격이 최소 배럴당 65달러여야 석유 회사가 수익을 내고 새로운 유정을 시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