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내놓을 '조선'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 조선 기업에 대한 투자 등을 '협상 재료'로 삼기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 새 선박 건조 등에 협력해 주고 추가 관세 재검토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지난달 7일 참의원(상원) 결산위원회에 출석해 관세 협상과 관련 "미국에게 최대 투자, 고용을 (제공) 해왔다"며 "농산물, 에너지, 선박, 자동차를 패키지로서 어떻게 제시할까 꽤 생각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이시바 총리의 의향에 따라 대미 관세 협상을 담당하는 아카자와 료세이(赤?亮正) 경제재정·재생상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이 공동 의장을 맡은 테스크포스(TF)가 구체적인 대책을 정리 중이다.

신문은 일본이 "미국 내에서의 건조 능력을 지원할 수 있는 설비투자, 인재 육성과 같은 협력이 거래 재료가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일부 조선 관련 기업에게 미국을 겨냥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견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또한 안보 분야에서는 미군 함정을 일본에서 보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닛케이에 구체적인 대책에 대한 '이미지(전체상)'는 아직 없으나, 조선기업 등과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일본 정부에서는 군함 건조에 협력하면 안보 면에서의 공헌을 (미국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며 "전부터 일본 등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이 적다고 이의를 제기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직후부터 조선업 부분에서 한국 등 동맹국의 지원을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왔다.

세계 조선 능력의 5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200배가 넘는 규모다. 군사용, 상업용 상관없이 국가 주도로 조선업이 추진되고 있다. 해군 규모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따돌리고 있다. 중국과의 차이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을 경쟁상대로 보고 있는 미국은 시장 점유율 2위인 한국, 3위 일본과 협력을 꾀하고 있다.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도 지난달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선박 건조·수리, 현대화하는 능력은 극히 국익에 중요하다"며 "일본, 한국 같은 조선에 뛰어난 동맹국과 협력하는 게 필수적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펠란 장관은 세계 조선 2위 한국, 3위 일본과 한몸이 돼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모든 선택지는 테이블 위에 둬야 한다"며 미일 관세 협상 과정에서 조선 관련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지난 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장관급 2차 관세 협상을 벌였다. 협상 종료 직후 실무급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3차 협상은 이달 중순 이후 하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8일(현지 시간) 영국과의 무역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무역협정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각국과의 협의가 각각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미일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시사했다.

아카자와 재생상도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포지션(입장)에 현 시점에서 아무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이 처한 입장과 상황은 여러 가지다"며 "미국과의 협의 스케줄, 합의 내용, 시기 등 다른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설명했다. "쌍방이 솔직하고 건설적인 자세로 협의에 임해 가능한 한 조기에 합의하고 정상간 발표할 수 있도록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