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27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기 위해 올해 연말부터 단기 계약을 금지하기로 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6일(현지 시간)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리파워 EU(REPowerEU)' 로드맵을 발표했다.

EU는 2022년 5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완전 중단'을 결의했는데, 이를 구체화한 로드맵이 나온 것이다.

유로뉴스, 폴리티코 등 유럽 언론에 따르면 EU는 먼저 2025년 말까지 러시아 공급업체와의 신규 에너지 계약 체결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미 체결된 단기 현물 구매 계약도 연말까지 종료된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이를 통해 연말까지 현행 러시아산 가스 공급량의 3분의 1을 감축할 수 있다.

이후 나머지 3분의 2를 차지하는 장기 공급 계약을 202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함으로써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EU 집행위는 각국이 러시아 공급업체 측에 EU 방침을 어길 수 없다는 취지로 '불가항력'을 선언할 경우 계약 파기로 인한 법적 분쟁을 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끊는 등 수입을 크게 줄였으나, 일부 국가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오히려 늘리는 등 러시아 경제를 지원해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EU는 전체 가스 소비량의 19%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으며, 같은 해 러시아 전체 화석연료에 지출한 금액은 230억 유로(36조1000억여원)에 달한다.

EU 집행위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원천 봉쇄하고 전쟁 지속 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댄 요르겐센 에너지·주택 집행위원은 "EU는 러시아에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더 이상 회원국들이 협박당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크렘린의 군비 증강을 간접적으로 돕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고, 대륙에 공급되는 에너지로 우크라이나 침략의 대가를 치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러시아는 더 이상 우리를 상대로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EU는 이 같은 로드맵에 기반한 구체적 법안을 내달 제시할 예정이다.

다만 입법화에는 회원국 동의가 필요한데, 헝가리·슬로바키아 등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회원국들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요르겐센 집행위원은 이에 대해 "이 계획의 일부인 금지 조치는 '가중 다수결'로 채택될 것"이라며 "만장일치가 필요한 제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가중 다수결이란 '55% 이상 회원국(27개국 중 15개국) 이상 찬성할 경우'와 'EU 전체 인구 중 65% 이상을 차지하는 회원국이 찬성할 경우'의 2개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는 가결로 본다는 규정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EU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와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리파워 EU는 2027년까지 증대될 LNG 수요 1700억㎡ 중 북미 생산량이 2배로 확대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마로스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1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 EU) 적자가 500억 유로라면, LNG나 농산물 구매 등을 통해 문제를 매우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