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부과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뉴욕 증시가 다소 안정을 찾은 듯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여전하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주식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효 직후 급락해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S&P 500 지수가 지난 4월 2일(현지 시간)부터 4거래일 연속 떨어져 10% 이상 하락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간 주식 시장은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해 최악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대로 상호관세 발표일은 '해방의 날'이 아니라 '공포의 날' 그 자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한 차례 유예하고,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중단, 자동차 관세 완화 등 유화책을 내놓자 경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고, 투자자들은 매도세를 멈췄다.

실제 S&P 500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책에 반등해 관세 발효 직후인 지난달 2일 대비 이달 1일 주가 하락은 1.18%에 그쳤고, 또 지난 2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때와 비교해도 하락 폭은 8.79%로 작아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시장을 낙관하고 있지만, 시장 회복의 조건은 '무역전쟁의 해소'인 만큼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 시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부과한 보복 관세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 간 금수조치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시장 반등에 대해 낙관하는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대부분 지역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상호 관세는 취소된 것이 아닌, 연기된 것"이라며 "중국의 수출 주문은 감소했고 미국행 컨테이너 예약도 급감했다.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고, 소비자들은 실업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 시장 낙관 오직 '관세 인하'에 달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분기 GDP(국내총생산)가 0.3% 감소했음에도 공식 지표는 아직 경기 침체를 반영하지 않고 있고,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다소 완화하고 있다는 점 등 세 가지를 들어 시장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대중 무역 감소의 영향을 실감하려면 한두 달 정도 더 걸릴 것"이라며 "수입 업체는 관세 부과에 앞서 상품을 비축했고, 선박이 중국에서 미국까지 이동하는 데 몇 주가 걸리기 때문에 선적 취소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무역 전쟁으로 인한 충격이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상품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운송 등 무역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감할 것이고 매장 내 진열대는 텅 비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금리 인하가 이 같은 공급망 차질을 개선해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는 소비 지출과 투자 감소를 제한할 수 있지만, 공급 부족 시기 과도한 경기 부양책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며 "펜데믹에서 나타났듯 인플레이션 효과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시장을 낙관할 수 있는 기대는 오직 '관세 인하'에 달려있다고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반응와 지지율 급락을 살피며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코노미스트는 "4월 22일 트럼프는 200건의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자랑했지만,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거의 없다"며 "중국에 대한 관세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고,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중국에 약속했던 60%에 가까운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겠지만 이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고 무역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에 대한 가장 강력한 수요는 '저점 매수'를 선호하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편향이 시장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고, 시장이 회복되려면 트럼프의 관세 완화 조치가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