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에 대해 좀 더 강경 모드로 바뀐 배경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외교적 노력이 있다고 폴리티코가 2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두 가지 사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대규모로 공습했을 때 '트루스 소셜'에 "푸틴, 멈춰(Vladimir, STOP)"라는 글을 올리며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나중엔 "아마 그(푸틴)는 전쟁을 끝내려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저 나를 따라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 30일 우크라이나와 체결한 광물 협정에선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란 표현을 담았다.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매우 강경한 표현이다.

이런 태도 변화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들이 "푸틴 대통령은 '신뢰할 수 없는 협상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압력은 완화하고 그 분노를 푸틴에게 돌리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지난 3개월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수개월간 미국 카운터파트들을 만나 '푸틴 대통령은 신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올해 13번 통화했다고 밝혔고, 스타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도 "거의 그 정도로" 많은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영국 측에선 노련한 협상가인 조너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과 또 다른 실세로 꼽히는 존 힐리 국방장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마크 버넷 주영국 미국특사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직 영국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을 계기로 바티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직 대사는 아울러 영국과 프랑스는 "푸틴은 자신이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휴전을 지속적으로 파기함으로써 트럼프를 무시하고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짚었다. 이것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 프랑스 관리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평가하면서 "이것은 마크롱 대통령이 반복해서 말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 했던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스티븐 파이퍼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소셜미디어 발언을 보면 '푸틴에게 놀아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익명의 영국 당국자는 또한 "미-우크라이나 광물협정은 미국이 이 게임에 참여하게 됐음을 의미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대의에 일정 수준의 확실성과 안보를 더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채텀하우스에서 우크라이나 포럼을 이끌고 있는 오리시아 루체비치는 "바티칸에서 한 번 회동한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가 지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지만, 소셜미디어 글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100일 동안 러우전쟁 종전을 이루지 못한 것에 점점 더 좌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외신들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파이퍼는 "이제 중요한 질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선을 바꿔 러시아에 더 강경한 접근 방식을 취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양측 모두를 비난하고 그냥 물러날 것인지 여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