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을 만난 직후마다 러시아를 비난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스투브와 골프를 친 직후 트럼프가 러시아에 "화가 났다"며 제재를 위협했다.

지난 주 바티칸 교황 장례식장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은 뒤 트럼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을 맹비난하고 러시아가 자신을 농락하면 러시아를 제재할 것이라고 재차 위협했다.

스투브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유럽의 큰 목소리로 부상하고 있다.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가진 위험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나라중 하나다.

1940년대 소련과 전쟁을 벌인 뒤 영토를 내주고 중립을 선언했으며 군사력이 제한돼 수십 년 동안 소련의 영향권에 있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이 1344km에 달한다. 러시아는 1300년대 이래 핀란드와 서른 번 전쟁을 벌였다.

스투브는 바티칸을 떠나면서 "조금 더 낙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스투브가 거의 공개적으로 밝혀온 주장을 그대로 옮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끝까지 고양이와 쥐 게임을 하며" 미국을 농락하고 있기에 "힘과 제재"로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투브는 "푸틴은 힘만을 이해한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투브는 푸틴이 말과 행동이 정반대라며 "러시아 외교에 깊이 뿌리가 내린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중도 우파 지도자인 스투브는 트럼프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독특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키가 188cm이며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며, 거의 프로 수준의 골프 실력을 지녔다.

그는 트럼프는 물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럽 각국 지도자들과도 자주 대화한다.

그는 트럼프가 짜증을 내고 있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인내심이 거의 바닥나고 있다. 푸틴과 러시아를 향해 꽤 강경한 발언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트럼프를 상대로 장난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스투브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감안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일부 러시아에 내주는 것이 불가피함을 인정했다.

그는 미국은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인정하고 유럽은 인정하지 않는 점을 별도의 부속 문서에 반영하는 식의 "창의적 방법"으로 종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그러나 "당장은 푸틴에게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스투브는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무장시켜 러시아의 재침을 억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 뒤에 유럽이 안보 보장을 제공하고 미국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투브는 트럼프를 요령 있게 상대해왔다. 미국이 북극 경쟁에 필요한 쇄빙선을 핀란드가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고 유럽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를 더 많이 수입해 미국과의 무역 수지를 맞추자는 제안도 했다.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