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대규모 정전으로 대혼란을 빚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전력이 29일(현지 시간) 대부분 복구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정전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스페인 국영 전력 운영사 '레드 엘렉트리카(Red Electrica)'는 이날 오전 6시30분께 스페인 에너지 수요의 99% 이상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정전 발생 약 18시간여 만이다.

레드 엘렉트리카는 현재 전력망의 모든 변전소가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 마드리드에선 전기가 다시 공급되자 발코니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마드리드 지하철 시스템은 오전 8시까지 한 개 노선을 제외하고 운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러시아워에 지하철의 80%가 다시 운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페인은 이베리아 반도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웃한 포르투갈도 정전 피해를 입었다.

포르투갈의 전기·가스 공급업체인 REN은 전날 저녁 늦게 국가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 및 개폐소 89개 중 85개 전력망을 복구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프랑스와 모로코의 전력 시스템에 의존할 수 있지만 포르투갈은 자체 생산을 사용해야 하므로 회복이 더뎠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복구가 안 된 변전소 4개 때문에 포르투갈의 해안 도시 포르티망과 수도 리스본 남쪽의 인구 밀집 지역인 알마다 오에스트에는 전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전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밤 연설에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것은 처음"이라며 "전력망이 단 5초 만에 전국 수요의 60%에 해당하는 15GW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여전히 정전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르투갈 국가사이버안보센터는 "이번 정전이 사이버 공격이란 증거는 없다"며 범죄 가능성에 대한 과도한 추측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테레사 리베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도 사보타주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정전 사태는 최근 유럽에서 기록된 가장 심각한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포르투갈 REN은 '불특정 대기 현상'이 원인일 수 있다는 보도도 부인했다.

스페인 기상청(AEMET)에 따르면 정전 다시 기온은 화씨 60~70도(섭씨 약 15.5~21.1도)였다. 이것은 스페인의 4월 평균 기온보다 높다. 평소 중부와 북부는 화씨 64도(17.7도), 남부는 70도(21.1도)다.

이번 정전은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정전 사태 중 하나다. 지난달 영국 히스로 공항이 인근 변전소 화재로 한 때 폐쇄된지 한 달여 만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서 항공편 운항과 지하철·신호등, 이동통신, ATM 등이 중단·두절되는 등 모든 영역에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2003년엔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회선에 과부하가 걸려 이탈리아에서 5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의 하루종일 정전 사태를 겪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에서 가장 심각한 정전 사태로 기록됐다.

2006년엔 독일 북서부 전력망이 과부하돼 1000만 명이 한동안 정전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엔 발칸반도 대부분 지역에서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까지 치솟는 폭엄으로 몇 시간 동안 전력 공급이 중단됐었다.

유럽의 전력망은 서로 연결돼 있어, 한 지역에서 과부하가 걸리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국가까지 확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