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한스경제 류정호 기자]'아시아의 호랑이'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축제 분위기 대신 싸늘한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6일(한국 시각) 이라크 바스라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9차전에서 김진규(전북)의 선제골과 오현규(헹크)의 쐐기골로 2-0 승리를 거두며 승점 19(5승 4무)를 확보, 최소 조 2위를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11회 연속,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그러나 대기록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 지은 일본, 이란과 달리 비교적 늦은 시점에 어렵게 티켓을 따낸 데다, 경기 내용과 흐름도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부터 불거졌던 여론의 불신은 본선행 확정 후에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대한축구협회가 6개월의 공백 끝에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를 선임했을 때부터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기대했던 여론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본 홍명보 감독의 재선임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절차적 공정성 논란도 더해져 대표팀 분위기조차 무거웠다.

첫 경기 팔레스타인전 0-0 무승부에 이어 홍 감독의 얼굴이 전광판에 비출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고, 경기력 논란은 예선 내내 반복됐다. 특히 3월의 홈 2연전에서는 오만, 요르단과 각각 1-1로 비기며 조기 본선 확정 기회를 날려 비판이 거세졌다.

6월 이라크전 승리로 본선행을 확정 지은 현재도, 팬심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바로 오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다. 축제의 장으로 기획된 이 경기는 본선 확정 이후 치러지는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티켓 판매율은 저조하다. 경기 당일 오후 5시 기준, 서울월드컵경기장(총수용 6만6704석) 가운데 약 2만3000석이 팔리지 않아 판매된 좌석은 약 4만3700석 수준이다. 예매율은 약 65.5%에 그쳤다.

손흥민(토트넘)의 출전 불투명, 평일 저녁이라는 일정, 불만스러운 경기력과 함께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반감이 티켓 판매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한축구협회는 카드섹션, 경기 종료 후 축하공연, 트럼펫 응원 등 다양한 이벤트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쿠웨이트전을 통해 젊은 자원들을 시험대에 올릴 계획이다. 전진우(전북)를 비롯해 김동헌(김천), 김주성, 최준(이상 서울), 이한범(미트윌란) 등 새 얼굴들이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경기 내용보다 대표팀에 대한 근본적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홍 감독은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손흥민의 '에이징 커브'에 대비한 전술 재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활용도 극대화, 김민재(뮌헨)의 몸 상태 관리 등 고질적 숙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2014년 실패의 기억을 안고 두 번째 월드컵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이 '명예 회복'과 한국 축구의 진정한 반등을 위해선 단순한 본선 진출을 넘어, 설득력 있는 과정과 내용이 반드시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