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프로축구 K리그1(1부) 강원FC와 춘천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도민구단' 강원은 3일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수원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1라운드 경기에서 현수막 철거 문제를 제기하며 춘천시 관계자의 출입을 제지했다. 발단은 경기장 진입로에 걸린 '김병지 대표이사 사퇴 촉구'라고 적힌 현수막이다. 해당 현수막은 춘천시축구협회와 춘천 지역 강원FC 팬클럽 회원 등이 "김병지 강원FC 대표가 춘천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반발해 걸었다. 강원 구단은 춘천시에 '불법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강원 구단은 경기 관람을 위해 경기장을 방문한 육동한 춘천시장과 공무원에게 배부된 비표를 회수했다. 육동한 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해당 경기에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실사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장을 둘러봤다.

춘천시는 "경기장 출입을 제한하는 감정적 대응은 도민구단으로 공공성과 도민 화합이라는 모토를 훼손하는 행위다. 광고성이 없는 현수막에 게시자가 명확한 경우 계도 조치를 거쳐 철거하게 돼 있는 데다 경기 시작 전 게시돼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개최를 위해 강원FC와 긴밀히 협력 중이며 실사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으로도 도민구단의 성공적 운영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사그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7일 시의원들이 강원 구단의 행보를 비판, 김병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이번 사건은 ACLE 개최 책임을 두고 강원 구단과 춘천시 간의 책임 공방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원 구단은 협약을 통해 결정한 강릉 개최를 추진했지만, 공항 접근성 등을 이유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통보를 듣자 춘천시에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이에 춘천시는 매 경기 투입되는 8000만원의 분담금 문제 해결을 구단에 요청했다. 아울러 그간 강릉에서 치러온 하반기 K리그1 일정의 춘천시 개최와 전용구장 방안까지 협의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강원 구단은 춘천시가 ACL 홈 개최와 관련 없는 사안을 제시했다며 난색을 보였다.

강원 구단은 "경기장에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불법 현수막이 최근 이어져 온 화합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로 보고, 춘천시에 철거를 요청했지만 시는 아무런 조치 없이 거부했다"며 "불법 현수막 철거는 시의 고유 업무다. 춘천시는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비방 현수막을 방치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동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기 날 이런 일이 언론에 오르내리면, 선수단의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축구장에서는 오직 축구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구단은 이와 별개로 ACLE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