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 이글스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늘 '뚝심', '의리', '헌신' 등의 수식어가 함께 언급된다. 특히 김승연 회장이 사랑하는 스포츠에도 이 수식어는 빠지지 않는다.

김승연 회장의 첫 스포츠 사랑은 복싱이었다. 한국 최초의 복싱 전용 연습장을 만든 열렬한 복싱 팬인 부친 고(故) 김종희 회장 덕분에 학창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복싱에 애정이 남달랐던 김승연 회장은 1982년 대한복싱연맹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1997년까지 15년간 대한복싱연맹을 이끌었다.

김승연 회장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한국 선수단은 복싱 12개 모든 체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신화를 만들었다. 스포츠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크게 높인 일대 사건이었다. 이 같은 공로로 김승연 체육훈장 청룡장(1986년)과 백마장(1982년), 맹호장(1984년)을 받았다. 이 밖에도 대한민국 체육상과 한국기자연맹 선정 체육상도 수상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 제공

김승연 회장의 스포츠사랑은 복싱에 머무르지 않았다. 사격 애호가로 알려진 김승연 회장은 2001년 한화갤러리아 사격단을 창단했다. 또한 한화그룹은 2002년 6월부터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아 지난해 11월 자리에서 내려오기까지 200억 원이 넘는 사격 발전 기금을 지원했다. 이는 올림픽 메달의 결실로 이어졌다. 한화그룹이 회장사를 맡은 뒤 첫 올림픽이었던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진종오가 남자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에도 한화그룹은 2008년부터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매년 개최하는 등 사격 저변을 넓히는 데 힘썼다. 한화회장배 사격대회는 국내 5대 메이저 사격대회 중 하나다. 또한 한화그룹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나선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코치, 트레이너, 사격 전문 통역요원은 물론 전지훈련까지 돕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승연 회장이 사격 풀뿌리를 잘 다져둔 덕분에 한국 사격은 지난8월 막 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6개(금메달 3개·은메달 3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김승연 회장의 스포츠 사랑 백미는 단연 야구다. '야구광'으로 소문난 김승연 회장은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 지분 10%를1993년부터 31년째 보유하고 있다. 그는 1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야구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한국시리즈 우승 1회(1999년), 준우승 5회(1988·1989·1991·1992·2006년)를 했는데,김승연 회장은 1999년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했을 때 선수들을 끌어안고 기뻐하며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주장 채은성과 류현진, 김경문 감독에게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김승연 회장은 올해한화의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도 9번이나 방문했다. 홈 개막전이었던 지난 3월 29일 KT 위즈전에서 2018년 10월 19일 넥센 히어로즈전(현 키움) 이후 5년 5개월여 만에 야구장에 모습을 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5월 1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끝내기 홈런과 함께 경기가 종료된 뒤김승연 회장이 활짝 웃으며 관중석에 있는 팬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 이글스 지원은 계속된다. 한화 이글스는 1986년부터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떠나 내년 시즌부터는 인근 베이스볼드림파크에 새 둥지를 튼다. 한화그룹은 대전시에 총 486억 원을 지불하고 구장의 사용권과 네이밍라이츠(명명권), 광고권 등의 수익권을 보유했다. 2025년 시즌부터 2049년 시즌까지 25년간 사용하는 계약이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그동안 KBO리그 구장 중 가장 작은 1만2000석 규모의 홈구장이었는데 신축 야구장은 2만석 규모로 늘어난다. 아울러 설비도 모두 들어간다. 신축구장에는 아시아권 최초 복층불펜, 인피니티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신축구장. /한화 이글스 제공

또한 신축 구장 시대를 앞두고 우승을 향한 의지도 보였다. 한화 이글스는 2024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보여줬다. '선발 최대어' 엄상백을 4년 총액 78억 원(계약금 34억 원·연봉 총액 32억5000만 원·옵션 11억5000만 원)에 계약했고, 유격수 심우준은 총액 50억 원(보장 42억 원·옵션 8억 원)에 품었다. 외부 FA 영입 제한 인원인 2명을 영입하는 데에만 무려 128억 원을 썼다. 아울러 한화는 지난 2023시즌을 앞두고는 FA 대어 채은성(6년 90억 원)과 계약했고, 2024시즌을 대비하면서는 안치홍(4+2년·72억 원)도 영입했다. 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류현진과 다시 동행하며 170억 원(8년)을 투자했다.

한화그룹은 프로골프단도 운영한다. 2011년 한화골프단으로 여자 골프선수 후원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한화큐셀골프단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한화큐셀골프단은 지난해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2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8승,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6승 등 전 세계 투어에서 49승을 합작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단. /한화그룹 제공

e스포츠에도 뚝심 있는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락스 타이거즈를 인수해 창단한 한화생명e스포츠(HLE)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진출했던 2021년을 제외하면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부터 김승연 회장과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확 달라진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9월 9일에 한화생명e스포츠단은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시즌 결승전에서 젠지e스포츠를 3-2로 꺾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화그룹이 e스포츠에 뛰어든 지 6년 만에 수확한 첫 우승컵이다. 이날 김승연 회장과 김동원 사장은 결승전이 펼쳐진 경상북도 경주시 경주체육관을 찾아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은 야구에 이어 e스포츠에서도 '직관 승리 요정'이 됐다.

또한 지난 4월 김승연 회장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들과 직접 만나 "e스포츠를 통해 1030세대에게 한화라는 이름을 널리 알려줘서 고맙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선수들이 건넨 선수단 유니폼을 직접 입은 후 선수들과 함께 셀카 촬영은 물론 사인 요청에도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단. /한화생명e스포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