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초반 신태용(54) 감독의 인도네시아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귀화한 네덜란드 태생 선수들을 앞세운 짠물 수비로 강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 감독은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곧바로 성과를 냈다.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준우승,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사상 첫 토너먼트(16강) 진출 등을 이뤄냈다. 지난 4월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는 호주, 요르단, 한국을 격파해 역대 최초인 4위에 오르며 호평받았다. FIFA 랭킹도 173위에서 133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아시아 축구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팀 중 유일하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일본(FIFA 랭킹 18위), 호주(24위), 사우디아라비아(56위) 바레인(80위), 중국(87위)과 함께 C조에 묶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최약체로 분류됐다.

그러나 최약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도 인도네시아는 강호들을 상대로 연달아 승점을 획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6일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서 1-1로 비긴 데 이어 10일 안방에서 펼쳐진 호주전에서도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 2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는 C조 4위에 올랐다.

'신태용 매직'으로 불리는 신 감독의 지략이 빛났다. 신 감독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강한 사우디아라비아, 호주를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택했다.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과감하고 빠른 역습, 다양한 세트피스로 승부를 펼쳤다.

네덜란드 태생 귀화 선수들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신 감독은 호주전 선발 명단 절반 이상을 네덜란드 태생 귀화 선수들로 꾸렸다. 특히 이탈리아 세리에A 베네치아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중앙 수비수 제이 이지스(24)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지스를 중심으로 짠물 수비를 형성한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상대로 주도권을 내주는 경기를 했음에도 유효 슈팅을 각각 4, 5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네덜란드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미국프로축구(MLS) 올스타까지 선정된 이력이 있는 골키퍼 마르틴 파에스(26)의 활약도 눈부셨다. 결정적인 선방을 해내며 팀의 무승부에 크게 기여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에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겐 매우 어려운 경기였다. 계속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력만 놓고 보면 똑같았다"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 고맙다"고 전했다.

'신태용 매직'이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계속 이어질지 기대를 모은다.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의 첫 단추를 잘 끼운 인도네시아는 10월 3, 4차전으로 중국, 바레인과 원정 2연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