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폭로로 드러난 민낯... 시대 흐름 쫓지 못한 대한배드민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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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폭로로 드러난 민낯... 시대 흐름 쫓지 못한 대한배드민턴협회

한스경제 | 2024.08.15 |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선 배드민턴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안세영(22·삼성생명)이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확정한 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훈련 지원,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가운데 협회가 실제로 타 종목들에 비해 다소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국가대표 선수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 제6조(임무) ②-1 항목에는 '촌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이라고 표기돼 있다. 지난 2월 6일 개정된 지침이지만, 선수 운영 부분은 여전히 구시대적 관점에 머물러 있다.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는 지난 4년간 3차례나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을 개정했는데 국가대표 선수의 임무에 대해선 '국가대표 지도자가 경기력 향상과 관련하여 지시한 사항의 이행(제14조 국가대표 및 트레이너의 임무 ③-2)'이라고 명시해놨다. ③-3에서는 '국가대표 지도자가 정당한 인권 및 안전보호를 위하여 지시한 사항의 이행'이라고 해놨다.

◆양궁·사격 등과 대조되는 운영 지침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종합 8위(금13·은9·동10)를 거둔 한국 선수단의 '효자 종목' 양궁과 사격 등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수 운영 지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대한양궁협회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제14조 국가대표 및 트레이너의 임무 ③-2에서 '국가대표 지도자가 경기력 향상과 관련하여 지시한 사항의 이행'이라고 표기해놨다. ③-3에는 '국가대표 지도자가 정당한 인권 및 안전보호를 위하여 지시한 사항의 이행'이라고 적어놨다.

대한사격연맹 역시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제14조 국가대표 및 트레이너의 임무 ③-2에서 '국가대표 지도자가 경기력 향상과 관련하여 지시한 사항의 이행'으로 써놨다. ③-3에서는 '국가대표 지도자가 정당한 인권 및 안전보호를 위하여 지시한 사항의 이행'이라고 해놨다. 흔히 각 종목 협회는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의 지침을 따르게 마련인데,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경우 대한체육회의 개정안을 따르지 않고 과거 기준대로 국가대표 선수단을 운영해 온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강유정(49) 의원은 "군인도 명령 복종 범위를 '상관의 직무상 명령'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지도자의 모든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대한배드민턴협회 조항은 시대착오적이자 반인권적"이라고 꼬집었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귀국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반박보단 성찰의 계기 될 필요성

배드민턴계에는 여전히 엄격한 위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게 일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안세영은 국가대표 합숙 기간에 선배들의 청소, 빨래 등 허드렛일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 2월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선수촌 내의 악습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파리 올림픽 기자회견장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했던 안세영은 귀국 직후 "싸우자는 게 아니라 운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호소다"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 측이 조목조목 반박 자료를 내면서 갈등 양상이 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진정성있는 자세로 이번 사안을 대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안세영이라는 스타 선수 개인의 발언이나 미디어의 비판 보도에만 반박할 게 아니라, 현행 국가대표 운영 지침들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스스로 되짚어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대 착오적이거나 강압적일 수 있는 국가대표 운영 지침 조항들은 신속히 삭제, 수정하는 등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명문화된 지침의 힘은 크다. 요즘 시대에 맞는 완화된 지침으로 개정할 경우 장기적으로 업계 분위기가 한층 부드럽고 유연해질 수 있다. 그럴 때 더 패기 넘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스타 선수들도 배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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