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유족과 시청자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방송에 그대로 출연한 점에 대해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와 MBC의 후속 대처가 여론의 중심에 떠오른 가운데,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실효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MBC, 8개월 만에 공식 사과…"오요안나 괴롭힘 있었다"

MBC가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5월 19일 '뉴스데스크' 방송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전하며, 오씨가 동료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다.

조현용 앵커는 "고인의 죽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관련자 조치와 조직문화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MBC는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상생협력 담당관을 신설하고, 제3자 신고 체계 구축도 함께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요안나 유족 "어떻게 근로자가 아니라는 거냐" 분노

고용노동부는 오요안나에 대한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그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결론 내려 직접적인 법적 처벌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족 측은 "공채로 뽑아 프리랜서 계약서를 쓰고 부려 먹었는데, 어떻게 노동자가 아니냐"며 반발했다.

MBC는 같은 조사에서 프리랜서 25명을 실제 근로자로 인정했고, 총 6건의 위반 사항에 대해 1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또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보도자료를 통해 유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요안나 가해 지목' 김가영, 다음날 뉴스 출연…사과 진정성 논란

MBC는 공식 사과 이후 금채림 기상캐스터를 날씨 예보에 투입해 분위기 쇄신을 시도했다. 금 캐스터는 사건 당시 괴롭힘 정황이 포착된 단체 채팅방에 참여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사과 다음 날 20일 아침 방송인 '뉴스투데이'에는 오요안나를 괴롭힌 인물로 거론됐던 김가영 기상캐스터가 기존처럼 등장했다. 이로 인해 "진정성이 없다", "형식적 사과일 뿐"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말뿐인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유서 내용부터 현재 소송까지…사건의 전말

오요안나는 2023년 9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유서는 3개월 후에야 공개됐다. 그 안에는 동료 기상캐스터들로부터 겪은 괴롭힘, 소외감, 정신적 고통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특히 사내 단체 채팅방에서의 집단적 무시와 조롱이 주요 내용으로 드러났다.

현재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1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일부 시청자는 "MBC가 유족 앞에서는 사과하고, 뒤로는 가해자를 보호한다"며 방송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 오요안나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