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뽀빠이 인사드리겠습니다. 필승!"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9일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상용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서민들을 위로하며 사랑 받은 방송인이었다.

1944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임학과를 졸업한 뒤 1971년 CBS 기독교방송 MC로 데뷔했다. 이후 고향 선배인 변웅전 아나운서의 소개로 1973년 MBC TV 예능 프로그램 '유쾌한 청백전'에서 보조 MC로 활약하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고인은 1975년 KBS 어린이 노래 프로그램 '모이자 노래하자'의 진행을 맡으며 '뽀빠이 아저씨'라는 별칭을 얻었다. 당시 인기 만화 캐릭터 '뽀빠이'의 인기와 맞물렸다. 고인은 생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첫날부터 '여기가 내 자리다' 싶었다. '어린이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전성기는 1989년 MBC 병영 위문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 MC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ROTC 출신으로 육군 장교를 지낸 것을 인연이 됐다. 고인은 '우정의 무대'를 8년간 진행하며 코미디언 이경규, 김정렬 등과 함께 '신병교육대'라는 개그 콩트도 선보였다.

특히 프로그램의 마지막 코너 '그리운 어머니'에서 군인 아들과 어머니가 눈물의 상봉을 하면 "고향 앞으로"라는 멘트를 넣어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다. '우정의 무대'가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고인 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외에도 KBS '전국노래자랑', MBC '신나는 토요일'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비롯해 대한민국 5.5 문화상,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고인은 생전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일에도 헌신했다. 1973년 한국어린이보호회(현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를 세워 심장병 어린이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고, 1994년 출판사 '뽀빠이 패밀리'를 설립해 '가슴 속의 작은 소망' 등 심장병 어린이 수기를 6권을 출간했다.

하지만 '우정의 무대' MC로 활약하던 당시 심장병 어린이 수술 기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썼다. 이 사건은 1996년 11월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을 통해 방영되어 전국을 흔들었고, 고인은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무혐의로 밝혀졌으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의 무고함을 알리고자 무죄 판결문을 돌리다가 세상을 떠났고, 이상용은 미국으로 건너가 생계를 위해 관광버스 가이드 생활을 했다. 당시 충격으로 일시적인 실명 위기까지 겪는 등 누명의 피해가 막대했다.

이에 대해 고인은 지난해 tvN 스토리 예능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에 출연해 "51년간 방송하면서 억울한 점도 있다. 지금은 다 잊고 만족한다"며 재판 증명서를 꺼내 보였다. 그는 "지금도 내가 가지고 다닌다. 아버지가 복사해서 대전역 앞에서 돌리며 '우리 아들 그런 아들 아니다'고 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또한 2009년 원로가수, 코미디언 등과 함께 '뽀빠이 유랑극단'을 구성해 전국 무료 순회공연을 펼쳤다.

고인은 이날 오후 12시45분께 서울 서초구 자택 인근 병원을 다녀오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