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석주원 기자]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줄 미래 기술 인공지능(AI)은 오히려 기후위기를 가속화해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해외 연구 보고서에서 AI로 증가하는 온실가스보다 AI를 활용해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가 더 많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받고 있다.

네이처파트너저널기후행동(npj Climate Action)에 지난 23일 실린 런던정경대(LSE)산하 그랜섬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로베르타 피어페데리치(Roberta Pierfederici) 정책연구원은 "전력망은 전체 경제의 핵심이므로 전력망의 효율성을 개선하면 여러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의 주요 역할로 ▲복잡한 시스템의 혁신 ▲기술 발견 및 자원 효율성 혁신 ▲가벼운 동기 부여 및 행동 변화 ▲기후 시스템 모델링 및 정책 개입 ▲적응력과 회복력 관리를 제시했다.

보고서에서는 AI를 활용해 향후 10년 동안 연간 32억~54억톤에 달하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는데 이는 유럽 전체의 탄소 배출량보다 보다 많은 수치다.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가 배출할 탄소량 증가분보다 AI 활용을 통해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량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이 전력 생산, 육류 공급을 위한 가축 사육, 자동차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 세 분야만 개선해도 AI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처럼 단백질 구조 연구가 활성화되면 대체육 개발 속도가 빨라져 가축 사육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에너지 부문에서 AI는 전력망에 재생에너지 통합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는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로 통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큰 에너지 공급은 체계적인 에너지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AI는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전기 자동차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같은 분산 에너지 자원(DER) 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AI 애플리케이션이 대기 전력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풍력에너지의 경제적 가치를 20%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외에도 AI는 전력, 교통, 도시, 토지 이용 등 상호 연결된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최적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은 도시 생태계에서 통합 시스템의 고급 최적화를 통해 인프라, 스마트 그리드, 친환경 건물 또는 탄력적인 교통 시스템의 계획, 설계 선택 및 구축을 개선할 수 있다.

AI는 특히 산업 분야에서 자산 사용과 자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AI 기반 최적화 시스템은 제조, 물류, 재활용의 낭비를 줄여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다. 아마존의 패키지 결정 엔진은 학습하는 각 항목에 대해 가장 효율적인 포장 유형을 결정해 포장 상자, 완충재, 테이프 및 우편함의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모델은 다른 패키징 혁신과 함께 2015년 이후 아마존이 전 세계적으로 300만톤 이상의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도록 도와줬다.

보고서는 앞서 예를 든 방법론을 통해 AI가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기여할 잠재력이 상당히 높다고 주장한다.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AI 역할론을 적용할 경우 전력망에서 연간 1.8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고 육류와 유제품 분야에서 연간 최소 0.9톤에서 최대 3톤에 이르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소비 활동과 그에 따른 탄소배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다. 또한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을 1.5℃이하로 억제하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활동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피어페데리치는 "정부는 AI가 어떻게 적용되고 통제되는지 안내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이러한 단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기후 행동에 대한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이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블룸버그NEF는 여기에 필요한 대부분의 에너지를 화석 연료가 공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