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이용재 기자 =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SK㈜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공정위가 문제 삼은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6일 SK㈜와 최 회장이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2024두34382)에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공정위가 2022년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8억 원씩 부과한 총 16억 원의 과징금은 최종 취소됐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K㈜는 LG로부터 LG실트론 지분 51%를, 이어 KTB투자증권으로부터 19.61%를 인수하며 총 70.61%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나머지 29.39% 지분에 대해 우리은행이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했지만 SK㈜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입찰에 참여해 동일한 가격(주당 1만2871원)에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이 과정을 '사업기회 제공행위'로 판단해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판단을 뒤집고 SK㈜와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SK㈜가 해당 지분에 대한 보유권이나 처분권한이 없었다는 점 ▲이미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충분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 ▲입찰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존재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한 첫 판단으로서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 대법원은 "계열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며, 사업기회 제공 여부는 사업 내용, 기존 권리 및 이익, 회사의 지위 등을 종합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사업기회 제공은 직접적 방법뿐 아니라 '소극적 방법'으로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한했다. 단순히 계열회사가 소수지분 인수 기회를 포기했고 이를 특수관계인이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업기회 제공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으나, 대법원의 판단으로 공정위의 제재는 무산됐다. 동시에 향후 유사 사건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