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정부가 보건복지부 수장 인선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전공의 복귀를 비롯해 지역·응급·필수 의료 붕괴 등 의료계 문제를 해결할 책임자 인선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10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사를 발표했지만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는 명단에서 제외했다.

유력한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던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사실상 하마평에서 제외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 전 청장의 배우자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진단키트와 마스크 제조사 등 코로나 수혜주를 매입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방역 영웅? 재산신고는 은폐 영웅?" 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며 정 전 청장을 비판했다.

현재 차기 후보로는 부산시의사회가 공식 추천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민주당 강청희 보건의료특별위원장,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양성일 전 복지부 제1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정갈등을 비롯한 의료계 문제를 해결할 책임자 인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공보이사)는 "현재 정부에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면서 "여당과 소통하고 있지만 복지부 장관 등 결정권자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계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전공의들은 복귀 후 대화를 통한 의정 문제 해결로 투쟁 노선을 변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겸 의협 부회장이 모든 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고려대의료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공의들은 오는 28일 대의원 총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추인할 계획이다.

또한 4개 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는 ▲수련 연속성 보장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 개혁 실행 방안 재검토 ▲보건의료 거버넌스 의사 비율 확대와 제도화 등을 요구했다.

해당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 역시 새로운 대전협 비대위가 진행할 전망인 만큼 복지부 장관 등 책임자 구성이 시급하다.

간호법 시행규칙안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21일부터 간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복지부는 간호사 업무 범위,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안 입법 예고를 진행하지 못했다.

대한간호사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과 병원 경영난이 겹치며 최근 3년간 면허를 취득한 신규 간호사 중 경력이 있는 약 60%가 병원을 떠났다. 이에 따른 의료 서비스의 질도악화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지역·필수·응급 의료 붕괴가 심각하다. 이를 바로 세울 정책에 대한 협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 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는물론이고, 협상력과 행동력도 필요해 인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