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일보 = 칼럼니스트 정재호)

주말마다 부동산 카페를 훑어보다가 눈에 띈 숫자가 있었다. 4월 전국 미분양이 6만 7793가구로 전월 대비 1.6% 줄었지만, '악성'?즉 준공 후 미분양?은 11년 9개월 만에 최대치인 2만 6422가구까지 불어났다는 통계다. 얼핏 수요가 조금 살아난 듯 보이지만, 완공된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건 시장 체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지역별로 시선이 쏠린 곳도 지방이다. 전북·경북·대구가 한 달 새 두 자릿수 이상 늘었고, 부산·전남도 2000가구 넘게 악성 재고가 쌓였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분양가 인하 여력도 크지 않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공급 측 지표는 더 우울하다. 4월 주택 인허가가 작년 동월 대비 14% 줄었고, 착공은 42.9% 급감했다. 분양 실적 역시 누적 기준 41% 감소했다. 자금 조달이 막히자 사업장은 기획 단계부터 브레이크를 밟은 셈이다. 올해 들어 서울·인천만 인허가가 늘었지만, 이는 재건축·재개발 대기 물량 덕분이지 본질적인 회복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결국 미분양 축소와 공급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은 '디플레성 안정'이냐 '공급 절벽의 전조'냐를 가르는 기로다. 금리·분양가 상한 완화 등 정책 카드가 곧바로 체감되긴 어렵겠지만, 악성 미분양 해소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 2~3년 뒤 입주 공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숫자보다 분위기가 먼저 반전되는지, 이번 여름이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