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전 연인에게 접근금지 조치를 어기고 수백 차례 연락을 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의 판단은 무엇일까.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1월, 전 연인 B씨와 1년 6개월가량의 교제 끝에 헤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가족과 서로에게 접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별 1년가량 뒤 A씨는 부산의 B씨 주거지를 찾아가 새벽부터 B씨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는 B씨에게 전화를 101번 걸고 메시지도 116회 전송했다. B씨가 어디 있는지 파악한 뒤 해당 장소에 접근하기도 했다.

이에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같은 달 A씨에게 향후 3개월 간 'B씨 위치 100m 이내 접근 금지'를 명령했다.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한 연락도 금지했다.

하지만 A씨는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지 사흘 만에 B씨에게 메시지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모두 76회 전송하고 전화도 57차례 시도했다. 그러면서 B씨 주거지에 다시 찾아가기도 했다.

A씨와 그 변호인은 이러한 행위가 통상적인 연인 관계에서의 다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B씨와 화해했고, A씨에 대한 잠정조치 취하 신청을 한다고 해 연락한 것이므로 범행에 고의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A씨 측과 달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2단독 정지은 부장판사는 지난달 16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스토킹범죄 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정 부장판사는 "스토킹범죄는 그로 인해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인 공포심과 불안감이 매우 크고 다른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엄한 처벌의 필요가 있다"며 "A씨에게 범행에 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B씨가 경찰관에게 잠정조치를 취소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A씨 요구에 따라 하게 된 것으로, B씨 자의에 따른 행위로 보이지 않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초범인 점, 위해를 가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내용을 담지는 않은 점,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