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된 피해자가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청구를 기각했는데, 2심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A씨는 지난 1944년 8월께 목재를 실어 나른다는 설명을 듣고 회사 트럭을 타고 갔다가 집에 연락도 하지 못하고 청년 200여명과 함께 미쓰비시조선소에서 강제징용을 당했다.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강압적 규율을 받으며 생활했고, 작업 중에 사고를 당했음에도 병가를 받지 못해 바로 다음날에도 출근해 성치 못한 몸으로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1945년 8월9일 공장에서 작업 중 나가사키 원폭투하로 피폭당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그는 같은 해 10월20일께 동료들과 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A씨는 "사람 아닌 짐승과 같은 대우를 받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며 2019년 4월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강제동원 관련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소멸시효 시점'이 쟁점인데,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한다.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어 오던 중 대법원은 지난 2023년 12월 소멸시효 계산 기준을 2018년 10월 30일로 못 박았다.

그럼에도 1심은 지난 2022년 2월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개인청구권이 한일협정청구권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놓은 2012년 5월이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의 기산일이라고 본 셈이다.

A씨의 항소로 열린 2심은 1심과 다른 판결을 내놨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부장판사 임은하 김용두 최성수)는 지난달 9일 A씨가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미쓰비시 중공업이 A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명했다.

2심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로부터 3년이 경과되기 이전인 2019년 4월에 원고가 소를 제기해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이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19일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