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일보 = 칼럼니스트 정재호)

퇴근길에 본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이 지하 4층, 지상 35층짜리 아파트 3178세대로 환골탈태한다는 소식이다. 불암산 자락 숲세권에 3000가구 넘는 단지가 생기면 노원·중계 일대 주거 지형이 한 번 더 요동칠 건 분명하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철거민이 모여 판잣집을 잇대며 시작됐지만, 개발제한구역에 발이 묶여 세월을 버텼다. 서울이 초고층으로 치닫는 동안 이곳은 공동 수도와 비포장 골목이 일상이었다. 2009년 정비구역 지정 후에도 경관·계층 갈등, 지형 보존 논란이 번갈아 터지면서 16년을 허비했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통합심의를 이미 통과했고, 철거도 착수했다. 계획대로라면 올 하반기 삽을 뜨고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노린다. 다만 분양·임대 구역 구분이 낳을 '보이지 않는 담장'이 여전히 변수다. 기존 지형을 살리겠다는 설계가 사생활 침해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고금리 여파로 분양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 조합·시공사가 수요를 얼마나 끌어낼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래도 숲세권·대단지 네임밸류에 공공 인프라가 더해지면, 노후 아파트가 많은 중계·하계 일대에는 신선한 자극제가 될 공산이 크다. 16년 묵은 숙제가 드디어 풀릴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이 태동할지, 올해 남은 일정이 백사마을의 운명을 가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