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의 주택 분양시장이 전례 없는 침체에 빠졌다.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청약자가 전무하거나 한 자릿수에 그치는 사례가 잇따르며, 미분양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후분양 형태로 공급된 '벤처밸리 푸르지오'의 경우 단 한 명의 청약 신청자도 없어 업계에 충격을 자아냈다.?

지난 19일 진행된 '벤처밸리 푸르지오' 특별공급 청약에서 신청자는 0명으로 집계됐다. 다음 날 1순위 청약에서도 540가구 모집에 고작 10명만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지는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분양가는 7억8000만~7억9000만원으로 대구 동구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북 의성군에서 분양된 '의성 골든렉시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별공급 청약에는 응모자가 없었고, 1순위 청약에선 90가구 모집에 단 1명만이 신청해 사실상 미달 사태를 맞았다.

대구·경북 지역은 현재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실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도 급감하면서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와 시행사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CR리츠 매각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이담씨엔씨·이담알엔디가 시행을 맡은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 1·2차'는 CR리츠를 통해 미분양 물량을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단지는 각각 216가구(1차)와 174가구(2차) 규모로, 지난해 입주를 목표로 했지만 분양률이 50%를 넘지 못해 미분양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3월 말부터 조기 입주가 이미 시작된 상태로 입주 지정 기간은 6월 15일까지다.

CR리츠 매각하면 분양가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팔릴 것

문제는 CR리츠를 통한 매각이 기존 분양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CR리츠는 가능한 한 낮은 가격에 매입해 임대 운영 후 시세가 오르면 매각을 통해 차익을 남기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분양자들은 자신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동일한 아파트를 다른 입주자들이 얻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시행사 측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CR리츠 매각은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분양자의 불만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중도금 대출 이자 1% 지원과 가구당 200만 원의 입주 축하금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행사가 분양가 이하로 CR리츠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사실이나, 공매 전환을 언급한 적은 없다"라며 "대구의 미분양 사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다른 단지에서 공매가 진행된 전례를 보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단지를 공매로 넘길 계획은 없다"라며 성난 수분양자 달래기에 나섰다.